겜덕후가 만든 ‘인조이’·피땀 섞인 ‘닼닼모’… 독일서 밝힌 개발 비화
크래프톤이 글로벌 겜심 공략을 위해 자사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포함해 ‘인조이’와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올해 게임스컴에 출품했다. 그중 독일에서 밝힌 인조이와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개발 비화는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K-심즈’로 불리는 인조이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덕후’가 만든 작품인가 하면 하면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세상에 빛을 보기 전 많은 개발진의 땀과 노력이 담긴 값진 결과물이었다.
크래프톤은 21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4’에서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배틀그라운드 등 주요 출품작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현장에는 안준석 다크앤다커 모바일 총괄 프로듀서(PD)와 김형준 인조이 PD가 참여해 게임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일과 목표,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인조이(inZOI)는 ‘삶 속에 있는, 삶과 함께하는’과 ‘삶의 즐거움(enjoy)’이란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크래프톤은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이 게임을 열심히 개발 중이다. 게이머는 가상 세계 속의 신이 되어 원하는 대로 아바타 ‘조이’들의 삶을 조종하고 지켜본다. 게임 속 조이들은 탄생과 죽음, 결혼과 출산, 다양한 직업 활동 및 여가활동으로 삶을 꾸린다.
인조이 개발 총괄을 맡은 김 PD는 24년차 개발 베테랑이다. 이전까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프로듀서로 오랫동안 활동해왔지만, 사실 인생 시뮬레이션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오랜 게이머다. 그는 아들의 한마디 덕에 인조이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PD는 “아들이 태어난 후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을 같이 즐겼다. 어느덧 훌쩍 자란 아들이 내게 ‘어렸을 때 되게 재밌게 했던 그 게임 장르는 이제 없냐’고 묻더라. 그 순간 ‘현재 국내 게임엔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가 없구나’를 깨닫게 됐다”면서 “이후 이 장르를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소망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인조이 개발에 많은 영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게임은 우리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같이 인간 관계를 형성하고 계절과 날씨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희로애락을 그리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꿈꾸는 외모와 집을 직접 만들 수 있다. 본인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형상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도구는 이 게임만의 강점이다.
자체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플랫폼인 ‘캔버스’를 통해 이용자가 본인의 창작물을 업로드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캔버스에선 본인의 캐릭터와 건축 등 창작물을 맘껏 자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하나의 이미지로 창작물을 쉽게 만들 수 있게 구현한다.
김 PD는 ‘소망하는 삶’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주어진 삶’의 경험도 인조이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조이는 도시 전체를 시뮬레이션 해 예기치 못한 순간과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용자들은 도시 속 200개 이상의 장소를 꾸미고, 캐릭터들의 감정과 상호작용을 조정해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 소문, 패션 트렌드, SNS 밈 등이 도시 전체로 확산되기도 한다.
그는 “인생이 화창하기만 하면 사막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인조이 속 사건사고는 집안을 넘어 도심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한다”면서 “예전엔 TV가 고장 나고 전기가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면, 이젠 길을 가다 싸우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감기와 같은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인조이를 즐길 수 있는 영역을 도심으로 확장하자 온갖 버그와 최적화 문제를 맞닥뜨렸다는 게 김 PD의 설명이다. 그는 “어느 날 차가 하늘 위를 날고 600명의 조이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버그들이 있었지만, 우리 개발 팀이 포기하지 않고 (버그를) 수정해 나가면서 현재는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고 전했다.
김 PD는 “인조이는 많은 가능성을 가진 게임이지만 내가 볼 땐 아직은 다듬어야 할 게 많다. 걸음마 단계”라면서 “인생은 즐거운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는 의미를 느끼게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인조이와 함께 게이머분들이 삶을 즐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배틀로얄 장르의 ‘생존’과 던전크롤러 장르의 ‘탐험’, 그리고 역할수행게임(RPG)의 특징 요소 등을 융합한 크래프톤의 야심작이다. 이 게임은 이번 게임스컴을 통해 글로벌 사전 예약의 시작을 알렸다.
안 PD는 그동안 크래프톤이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익스트랙션 장르 고유의 특성을 잃지 않고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 게임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한 조작 방식으로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안 PD는 “익스트랙션 장르의 하드코어한 요소와 던전에서 탈출하는 데 실패하면 모든 아이템과 소지품을 잃게 되는 부분을 어떻게 하면 보다 캐주얼한 모바일 기기와 이용자에게 맞게 조정할 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복잡한 전투 구조를 가진 이 게임을 직관적인 터치 컨트롤로 구현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테스트와 끊임없는 최적화 과정을 거쳤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직접 경험해보면 이러한 노력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느낄 수 있을 거다. 다양한 장르가 자연스럽게 한 게임에 융화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 PD는 탈출과 생존을 기반으로 하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핵심 게임 플레이를 비롯해 다양한 클래스, 플레이어를 옭죄는 ‘다크스웜’, 이용자 개인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조작 인터페이스 등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끊임없이 변한다.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것처럼 매번 많은 유저 피드백을 받으면서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쾰른=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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