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GDP 90%' 韓경제 운동장으로…"FTA 네트워크 1위 국가 도약할 것"(종합)
정부가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세계 1위 수준인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하기로 했다. 아시아·아프리카 등 주요 신흥국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 성과 도출에 나서는 한편 협상 타결이 완료된 중동·중남미 지역은 차질 없는 발효를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 2년간 통상정책 성과 평가 및 향후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한 통상정책 방향을 담은 '통상정책 로드맵' 논의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날 오후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통상 이슈와 공급망 등 이런 부분을 중요한 정책 이슈로 삼겠다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당면한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복원되더라도 이런 이슈들은 정책적으로 관리를 해야 할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주요국의 입법 및 경제정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크게 완화하고, 전방위적인 정상 세일즈 외교를 전개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역대 최대 수출(2022년 6836억달러) 및 외투 유치 실적(2023년 327억2000만달러)을 달성했다. 특히 작년 한 해에만 5건의 통상협정을 타결하고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를 23건까지 확대하는 등 경제운동장 지평을 넓혔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위기대응 네트워크 의장국 수임 등 공급망·디지털·청정경제와 같은 새로운 통상규범 형성에서도 적극적 역할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다자 통상체제가 현저히 약화하고, 주요국이 경제 안보를 명목으로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융합해 자국 우선주의 조치를 지속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선 등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글로벌 국제통상질서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에 대응해 우리의 통상정책을 체계적이고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하고자 그간 산업계 및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로드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FTA 네트워크, 전세계 GDP 85→90% 확대
우선 우리의 FTA 네트워크를 세계 1위 수준인 전세계 GDP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한다. 현재는 GDP 85% 수준으로 싱가포르에 이어 2위다. 정부는 핵심광물자원·성장잠재력이 큰 아시아·아프리카 등 주요 거점국과 우선 EPA 체결 후 인근 미개척 국가로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세계 10대 자원 부국인 몽골을 비롯해,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과의 EPA 협상으로 서남아 통상벨트를 구축하는 한편, 탄자니아·모로코 등과의 EPA 협상 추진으로 아프리카와의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 이미 협상이 타결된 걸프협력이사회(GCC)·에콰도르 등 중동·중남미 지역 FTA는 조속한 발효를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타결된 한-GCC FTA는 발효 시 전세계 GDP의 85% 수준인 FTA 네트워트를 약 2%포인트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주력 시장인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는 다층적 FTA 체결 및 기존 FTA 업그레이드로 더 촘촘한 통상네트워크망을 구축해 나간다. 한·일·중 FTA 협상 재개와 말련·태국 양자 FTA 협상을 가속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선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자 소통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략적 균형추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인도·중동·중앙아·아프리카·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 협력 강화를 통한 한국의 수출·생산기지·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도 추진한다. 역대 최초로 개최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및 '한-중앙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 등 다자플랫폼을 활용한 경제·산업 협력을 강화한다. 아울러 한국과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이익이 서로 극대화되는 'K-산업 연계형 공적개발원조(ODA)'를 추진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상호호혜적 협력기반을 구축한다.
미·일·중·EU 등 주요국 통상리스크 집중 관리
주요국의 통상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추진한다. 미·일·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통상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한국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한편, 미국 대선에 대비해 기업과 원팀으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우리 기업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對) 미 아웃리치를 전개한다. 일본과는 유사 입장국으로서 다자통상 무대에서 글로벌 의제에 대응하는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산업·통상·에너지 전반에 걸쳐 미래지향적 경제통상 관계를 구축한다. 아울러 공급망 교란·위기 발생 시 3국 공동 대응을 위한 한·미·일 재외공관 조기경보시스템(EWS) 연계 협력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EU와는 디지털·그린 전환과 연계해 공급망산업정책대화 등 협력 플랫폼을 확장하는 한편, 네덜란드·폴란드·체코 등 개별국과도 반도체 첨단기술 개발, 원전·방산 프로젝트 참여 등 실질적 협력성과 도출을 추진한다. 아울러 EU의 동시다발적 경제입법에 대한 소통채널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의 적극적 활용기회 발굴도 지원한다.
중국과는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가속화, 중앙·지방정부 다층적 협력 채널을 통한 상호호혜적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경제공동위, 공급망 핫라인·수출통제대화 등을 통한 공급망 안정에 주력한다. 특히 한중 양국 투자기업들의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 조성을 위한 협력을 추진한다.
공급망·기술보호 등 경제안보 강화에도 나선다. IPEF 공급망 협정 등 다자 차원의 공급망 협력과 병행해 2027년까지 호주·인니 등 핵심 협력대상 5~6개국과 양자 공급망 협력협정(SCPA)'을 체결해 공급망 교란에 신속하게 공조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IPEF 공급망 협정 위기대응네트워크의 초대 의장국으로서 인태지역 내 공급망 교란에 대한 신속 대응체계의 조기 확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방침이다.
또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산업 발전과 글로벌 넷제로 달성을 위해 필수적 자원으로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국제협력 활동을 펼쳐나간다. 미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4개국과 EU가 참여하고 있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의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화와 다변화를 주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관련 사업 기회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 첨단기술 확보 및 공급망 확충을 목표로 외국인투자를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첨단전략산업과 공급망 핵심 업종의 국내복귀 활성화를 추진한다. 또 우리 핵심기술과 역량을 굳건히 수호하기 위해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해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엄단하고, 국가안보 위해 우려가 있는 외국인투자 심사대상에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 국내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가하고, 행정청의 직권심사 제도도 도입하는 등 외투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추세에 발맞춰 수출통제 제도를 정비하고, 무역·투자·기술 안보 이슈에 대한 전방위적 대응을 위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유사한 한국형 산업안보 전담조직 강화도 검토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정부는 로드맵에 따른 정책과제를 포함해 정상 세일즈 외교 성과 관리 등 관련 후속조치를 관계부처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차질 없이 이행해 엄중한 글로벌 통상 환경하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국내외 통상 인력 전문성 강화 등 통상 인프라 확충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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