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범죄조직과 유착” 필리핀 전 시장 해외 도피…필리핀 대통령 격노
중국인인데 필리핀인으로 속여 ‘중국인 간첩’ 혐의를 받는 앨리스 궈(35) 전 시장이 해외로 몰래 달아나자 필리핀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간) 스트레이츠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범죄조직과 유착 혐의로 수사를 받는 앨리스 궈 전 시장이 해외로 도피하자 필리핀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궈의 여권을 취소할 것을 명령했다.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 전 시장은 지난달 18일 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한 뒤 같은달 21일 싱가포르에 도착했으며, 이달 18일 싱가포르에서 페리를 타고 엔도네시아 바탐으로 이동했다고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가 전날 밝혔다. PAOCC는 이들 국가의 출입국 기록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그가 필리핀에서 최초 출국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필리핀 출입국관리국도 궈 전 시장이 지난달 필리핀에서 출입국 당국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말레이시아로 불법 출국했다고 밝혔다.
그는 출입국 등을 감시받는 ‘출입국 주의’ 대상자였지만, 출입국 관리 시스템에는 그의 출국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출입국관리국은 설명했다.
궈 전 시장은 중국 범죄조직 연관성을 조사하는 심리에 출석하기를 거부한 혐의로 필리핀 상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받았다. 그는 필리핀에서 범죄 소굴로 악명 높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포고’(POGO)와 유착해 돈세탁, 인신매매 등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포고는 도박이 불법인 중국 본토의 고객을 겨냥해 필리핀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카지노다. 포고는 필리핀 현지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2022년 기준 필리핀 경제의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궈 전 시장은 10대 때 궈화핑이라는 중국인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뒤 필리핀인으로 신분 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5월부터 필리핀 상원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상원의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했다. 이에 필리핀 당국은 체포 영장을 발부하는 한편 ‘중대한 위법행위’를 이유로 궈의 시장직을 직위 해제했다.
하지만 그가 외국으로 도피한 것이 확인되자 격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그의 출국 경위를 조사해 책임자를 밝혀내겠다고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궈 전 시장의 출국이 필리핀 법 집행의 부패를 까발렸다”면서 “그의 도피를 도운 장본인들을 자르고 "법적으로 최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외교부·법무부에 궈 전 시장과 가족들 여권을 취소하도록 지시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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