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신작에 갑론을박... 관객이 꼭 알아둬야 할 것
[김성호 기자]
<에이리언>은 영화 팬들에게 논쟁적 작품이다. 이 시리즈, 그러니까 오리지널 시리즈 4편과 프리퀄 2편은 공포와 SF, 또 작가적 성향이 두드러진 작품과 대중영화를 애호하는 이들에게 끊이지 않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
주지하다시피 1편, 1979년에 나온 <에이리언>은 리들리 스콧의 것이다. 상업광고 감독 출신으로 영국에서 저예산으로 찍은 데뷔작 <결투자들>을 워낙 비범하게 만들어낸 스콧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에게 스카우트 돼 만든 영화는 곧장 전설이 됐다. 단순하고 선명하게 SF의 형식으로 공포를 향해 내달린 작품은 할리우드 명작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2편의 감독이 누구인가. 무려 제임스 캐머런이다. 영화산업 측면에서 보자면 스티븐 스필버그에 이어 할리우드, 나아가 세계 제일의 자리를 차지하는 바로 그 감독이다. 끔찍한 졸작으로 데뷔했으나 <터미네이터 2>로 역대급 재기를 이룬 뒤 <람보 2> 각본에 이어 연출을 맡은 게 <에이리언 2>가 되겠다.
캐머런의 선택은 간명했다. 원제인 'Aliens'에서도 알 수 있듯 외계 생명체, 이른바 제노모프들을 떼거리로 등장시킨다. 벌과 개미군집에서처럼 여왕 모체가 알을 까 대량 번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들로부터 인간, 나아가 류를 지키려는 이들이 일대 격전을 벌인다. 1편이 SF적 공간에서 공포에 치중했다면 2편은 캐머런의 장기를 가감 없이 선보인다. 인간과 에이리언의 모성이 충돌하는 가운데 중화기를 동원한 시원한 액션을 퍼붓는 것이다.
<터미네이터>부터 <람보>를 거쳐 <에이리언>에 이르기까지, 속편은 원작을 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세 시리즈의 속편을 죄다 성공시킨 캐머런은 일약 할리우드의 스타가 됐다.
▲ <에이리언: 로물루스> 스틸컷 |
ⓒ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
그럼에도 영화엔 핀처의 색채가 묻어 있다. 기본적으로는 SF적 틀을 갖고 있지만 1편은 호러, 2편은 액션에 치중했다면 3편은 진하고 어두운 분위기 가운데서 상징적이며 구도적이기까지 한 연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1편과 2편이 이뤄낸 성취의 틀 안에서 바라보면 졸작이라 평가할 밖에 없지만, 시리즈 안에서 제 색깔을 내기 위해 분투한 흔적을 찾다 보면 이 영화를 그저 실패작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4편의 감독은 장-피에르 주네다. 시리즈 가운데 평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으로,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스타일이 한껏 묻어난다. 할리우드 작품을 즐겨보는 이들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부터 몽환적이거나 기괴한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그가 상업영화에서까지 제 스타일을 살려냈단 점에서 놀라움을 던진다.
무엇보다 시리즈는 4편을 통해 모두가 제각기 특별한 맛을 내는 작품으로 구성됐는데, 이들이 모두 당대, 또 훗날의 명감독이 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감상을 일으킨다.
▲ <에이리언 1> 스틸컷 |
ⓒ 20세기폭스 |
흥미로운 건 오리지널 시리즈가 감독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장르성이며 분위기가 두드러졌다면, 이들 프리퀄 작품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가장 관대한 팬들마저도 실망할 밖에 없는 안이함을 내보였다. 시나리오 기근기라 불렸던 2010년대의 사정도 영향이 있겠으나 이 시리즈가 찍을 게 없어 서랍을 뒤지다 만든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였던 것이다.
서사에서 캐릭터의 선택에 개연성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초보적 실수가 수두룩한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 팬들이 기대하는 장르적 매력은 전혀 보여주지 못한 실망스런 작품이 됐다. 모호한 대사며 장면을 통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듯도 하지만 수많은 평론가가 명확한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을 만큼 난해하거나 흐릿한 작품이라 볼 수 있겠다. 이어 나온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쉽게 찍은 속편이란 말 밖에 따로 평을 붙일 만한 작품이 못된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개봉을 두고 설왕설래, 수많은 이야기가 오간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이룩한, 3편과 4편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지라도, 찬란한 영광을 프리퀄 두 작품이 완전히 부숴먹은 상황에서 <로물루스>가 복원은 아니라도 수습 정도는 해낼 수 있을까 기대가 컸던 것이다. 또 작품마다 크게 엇갈렸던 지향을 고려할 때 <로물루스>가 어느 부분에 치중할지도 관심을 모았다.
▲ <에이리언 2> 자료사진 |
ⓒ 20세기폭스 |
뚜껑을 연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그 중에서도 스콧이 연출한 1편과 캐머런의 2편을 적절히 우려낸 작품이 됐다. 공포에 정통한, 어쩌면 그 감각을 12살 시절 스콧의 역작으로부터 깨워냈을 중년의 연출자가 제 커리어의 정점에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을 찍어냈다고 봐도 좋겠다.
미래의 우주공간이란 SF적 배경은 거들 뿐,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뻗칠 수 없는 고립된 우주선 안에서 당해낼 수 없는 강적과 맞선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시리즈가 가장 위기에 놓인 순간, 시리즈를 일으킨 작품들의 장점을 추출해 응축하려 한 작품,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바로 그런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때가 되면 한 편씩 나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도 누군가 명운을 건 서사와 공력을 다한 연출이 있는 것이라고 나는 이야기하고 싶다. 수많은 고려 끝에 제작진은 페데 알바레즈를 선택했다. 누군가는 너무 장르영화 감독이 아니냐고, 시리즈는 장르물을 넘어 그 이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 <에이리언: 로물루스> 포스터 |
ⓒ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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