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고 먹는 매콤한 이 맛... 이열치열일세

전갑남 2024. 8. 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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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정이 담긴 감자탕... 그 조리법을 공개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갑남 기자]

습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가 짜증 나게 합니다. 요즘 날씨는 낮이고 밤이고 따로 없습니다. 흔히, 열대야는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말하는데, 푹푹 찌는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우리나라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이렇게 한 달 가까이 열대야가 이어지기는 처음이라 합니다.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치는가 싶어 많은 걱정이 앞섭니다.

절기상 더위가 한풀 꺾일 만도 한데 불볕더위는 며칠 더 가야 한다고 합니다. 오후 늦게 빨래를 걷는데 고슬고슬하지 않습니다. 높은 습도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깎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마당 잔디가 또 무성합니다. 늦은 오후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에다, 토시, 선글라스로 안전무장하고 예취기를 짊어졌습니다. 낫으로 깎는 것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지만 땀으로 멱을 감았습니다. 잔디밭이 이발한 듯 말끔합니다.

감자탕으로 넘어온 이웃의 정
 이웃집에서 끓여 온 감자탕. 고기는 부드럽고 국물은 매콤하고 구수한 맛이 끝내주었습니다.
ⓒ 전갑남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 바람을 쐬니 몸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요즘 날씨엔 에어컨이 효자입니다.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립니다.

"사모님, 사모님! 계세요?"
"작은도서관에 갔는데, 아직이네요."

"도서관에 왜요?"
"공부도 하고, 좋은 피서 방법이래요."

"선생님도 같이 가시지?"
"오늘은 맘먹고 잔디 깎느라…."

"돌아서면 풀이라던데 우리 밭도 난리에요."

이웃집 아주머니 손에 냄비가 들려있습니다.

"이거요. 우리 집 양반도 힘든 일 하고 들어와서 감자탕을 끓여봤어요. 맛있을지 모르지만 한번 드셔보세요."

내 좋아하는 감자탕이라?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 수가! 냄비가 따끈따끈합니다. 막 끓여 가지고 온 모양입니다.

이웃집 아저씨는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 퇴임하고, 요즘은 공공근로 일을 다닙니다. 이른 새벽에 출근하여 문화재 주변 풀 깎기를 하는 모양입니다. 오늘도 나처럼 예취기로 힘든 작업을 하였다고 합니다.

아내가 저녁 시간에 맞춰 들어와 감자탕 맛을 보더니 엄지 척을 듭니다. 내 입맛에도 딱 맞습니다. 땀 흘려 일하고 먹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습니다. 아내는 곧바로 이웃집에 전화를 걸고 고마운 말을 전합니다.

"난, 이런 것 할 줄 모르는데…. 매콤하고 구수하고, 너무 맛나요! 이열치열이 따로 없네요! 우리 집 양반 잔디 깎느라 수고해서 뭘 해드릴까 했는데, 맛나게 잘 먹습니다. 덕분에 저희 시원한 막걸리까지 한 잔해요."

전화기를 대고 여자 둘이서 한참 수다를 떨더니만, 아내가 묻습니다.

"우리도 한번 해 먹게 가르쳐 주세요."

아주머니 조리법 강습으로 이어집니다. 아내는 종이에 메모까지 합니다.

매콤하고 구수한 맛의 감자탕

감자탕 주재료는 살이 많이 붙어있는 돼지등뼈와 감자. 돼지등뼈는 두어 시간 찬물에 담가 핏물 제거가 필수입니다. 핏물이 제거된 뼈다귀는 팔팔 끓는 물에 10여 분 삶아 깨끗하게 씻은 뒤 중간 불로 1시간 남짓 끓여 진한 육수를 만듭니다. 껍질을 벗겨 씻은 감자는 굵직굵직하게 한입 크기로 썹니다.
 감자탕은 해장국으로, 술안주로도 최고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이열치열이 따로 없습니다.
ⓒ 전갑남
삶은 시래기가 있으면 고추장 약간, 된장을 넣고 무칩니다. 된장이 들어가면 구수한 맛을 냅니다.

부차적으로 들어가는 청양고추, 양파, 대파, 깻잎 등을 썰어서 준비하면 재료 손질은 끝! 전골냄비에 육수를 붓고 준비한 감자와 시래기를 넣은 뒤 등뼈를 담습니다. 시래기와 감자가 익을 때까지 짜글짜글 끓여 낸 후, 준비한 채소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맛난 감자탕이 됩니다. 먹기 직전, 깻잎과 통 들깨를 넣어 먹으면 금상첨화의 맛을 냅니다.

아주머니 전화 강습이 끝나자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겠어?"
"만만찮겠네. 그래도 당신만 맛있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감자탕은 집에서 해 먹는다는 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상당히 번거로워 보입니다. 아내는 김장 배추 심는 날, 한번 선보이겠다는데, 기대해봐야겠습니다. 그때 이웃집에 자기 솜씨도 보여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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