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조깅 앱 썼다가 암살…러, 병사들 스마트폰 금지령
러 흑해 잠수함 사령관 암살당하기도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역에 사는 주민들과 군인, 경찰들에게 위치정보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데이트앱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반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군시설 위치 등 기밀사항이 데이트앱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자신의 조깅위치를 앱에 노출했던 러시아 고위장교가 암살당하는 등 각종 사건이 잇따르면서 러시아 당국은 경계심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일선 병사들 대부분이 전투 중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 실효성이 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경지역 주민과 군·경, 데이트앱 및 SNS 사용 금지"CNN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쿠르스크와 브랸스크, 벨고로드 등 우크라이나와 접경지역 주민들과 군인, 경찰들은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앱을 이용하지 말고, 민감한 장소에서는 동영상을 올리는 것에 주의해야한다"며 "적군은 정보수집에 이러한 작은 것들까지 모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군인들에게는 데이트앱은 물론 아예 SNS 사용과 태그 등을 원천 금지한다고 밝혔다. 데이트앱은 미리 등록된 고객들의 데이터에 근거해 가까운 거리에 사는 이성들과 연결해주는 위치서비스 기반 매칭 프로그램으로 이뤄져있는데 여기서 기밀정보가 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방어를 위해 주둔 중인 군인들은 대부분 부대 막사에서 생활 중이라 데이트앱의 위치정보 자체가 군시설의 위치를 노출하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 당국의 설명이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권고안을 발표하며 "낯선사람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하이퍼링크는 절대 열지 말아야하며 군용차량이 있는 도로에서는 영상을 촬영해선 안된다"며 우크라이나군은 보안시스템이 없는 CCTV 등도 원격 해킹해 전략적인 도로, 고속도로는 물론 각 가정의 내밀한 부분까지 모든 것을 감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깅위치 노출했다가 암살당한 러 잠수함 사령관러시아군은 장교·병사들의 SNS 사용도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조깅관련 앱에 자신의 아침 조깅 경로를 올렸다가 암살당한 러시아 장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러시아 해군 중령으로 흑해 함대 소속 잠수함인 크라스노다르함의 함장이었던 스타니슬라프 르지츠키가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인근 공원에서 조깅을 하다가 총에 맞아 암살당했다. 암살될 당시 그는 이미 퇴역한 상황이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게재한 전범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그는 평소에 유명 조깅 앱인 '스트라바(Strava)'에 자신의 주요 조깅코스를 올렸다. 해당 앱은 미국 스트라바사가 만든 앱으로 사용시 자신의 조깅위치 정보를 사용해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이로인해 미국에서도 장병들이 사용할 경우, 전세계 미군 기지가 노출된다는 우려로 작전지역 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해당 앱은 개전 이후 2022년 5월부터 러시아 지역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여전히 많은 러시아인들이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 중에도 SNS 하는 MZ 세대 병사들…실효성 의문이처럼 안보, 암살위협 때문에 러시아 당국은 SNS 금지령을 계속 내리고 있지만, 실제 병사들은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 또한 실제 작전에서도 스마트폰이나 SNS가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어 금지령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지난달 24일 전투 도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사병들에게 최대 15일 구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법안을 상정했다. 법안 초안에는 "비디오와 오디오 녹음, 지리적 위치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전자장치의 사용을 금한다"고 명시했다. 러시아군은 이미 자신의 신원이나 위치를 밝힐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금지해 SNS를 전면 차단했지만, 아예 스마트폰을 금지해야 SNS가 근절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더 강도 높은 법안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전장의 병사들은 물론 러시아의 유명 군사블로거들도 해당 법안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명 러시아 블로거인 베테랑레코드는 텔레그램을 통해 "의회의 윗사람들은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 현대전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며 "군인들은 이제 스마트폰 없이 전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민감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앱을 따로 개발해야지 스마트폰을 통째로 금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