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150km 윽박지르고 싶은데…현진이 형 보고 배웠어" 대투수가 받아들인 '구속 노화', 그래도 타협은 없었다

김근한 기자 2024. 8. 22. 09: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IA 투수 양현종이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 신기록 달성 뒤 팀 동료들과 축하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 광주, 김근한 기자) '대투수'가 드디어 '송골매'를 넘어섰다.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이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 새 역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젊은 시절처럼 빠른 구속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양현종은 남다른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10년 넘게 팀 선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타협은 없었던 대투수 루틴이 대기록을 이끌었다. 

양현종은 8월 21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69구 7피안타(2홈런) 7탈삼진 1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양현종은 10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 타이기록과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 신기록에 도전했다. 먼저 양현종은 1회 초 선두타자 황성빈과 상대해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4구째 129km/h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면서 올 시즌 100탈삼진 고지에 올랐다. 이강철·장원준에 이은 KBO리그 역대 세 번째 10시즌 연속 100탈삼진 타이기록이었다. 

양현종은 2회 초 곧바로 송진우가 보유한 최다 탈삼진 기록에 도달했다. 양현종은 2회 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나승엽을 4구째 141km/h 루킹 삼진으로 잡고 송진우가 보유했던 개인 통산 2,048탈삼진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2회 말 팀 타선의 3득점 지원으로 힘을 얻은 양현종은 3회 초 곧바로 송진우를 넘어서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달성했다. 양현종은 3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윤동희를 4구째 143km/h 높은 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면서 개인 통산 2,049탈삼진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양현종은 3-0으로 앞선 5회 초 솔로 홈런과 역전 3점 홈런을 맞아 시즌 10승 달성엔 실패했다. KIA 벤치는 4-4로 맞선 6회 초 수비 전 양현종을 곽도규로 교체했다. 

KIA는 6회 초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역전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7회 말 나성범의 희생 뜬공으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8회 말 2사 3루 기회에서 상대 3루수 포구 실책으로 행운의 결승점이 나왔다. KIA는 9회 초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올려 6-5 한 점 차 리드를 지키고 5연승에 성공했다. 

KIA 투수 양현종이 8월 21일 롯데전 윤동희 타석 때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달성했다. KIA 타이거즈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양현종이 3회초에 롯데 윤동희를 삼진으로 아웃시키자 KBO 역대 최다 2,049개 탈삼진 신기록 달성을 알리는 안내문이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KIA 타이거즈

경기 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이 걷는 길이 KBO리그 역사 그 자체다. 오늘 양현종의 투구 결과를 떠나 KBO리그 최다 탈삼진이라고 하는 대기록을 수립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KBO리그 최다승 기록(210승·송진우)도 깨주길 기대한다"라며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양현종은 KBO리그 선발 투수의 교과서와 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달성한 10년 연속 100탈삼진뿐만 아니라 도전 중인 10년 연속 170이닝 소화는 남다른 성실함과 책임감 없이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양현종은 탈삼진 대기록 달성 뒤 취재진과 만나 "많은 시행 착오 끝에 2016년부터 몸을 만들고 회복하는 루틴이 자리 잡았고, 과정과 결과에 확신을 얻어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드라이브 라인 등 새로운 훈련 방식이 나왔지만, 거기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도 있었다. 나 자신을 믿으면서 최대한 스스로 타협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날씨가 너무 덥더라도 내가 해야 할 운동은 절대 빼놓지 않았다"라고 운을 뗐다.

이처럼 양현종은 10년 가까이 자신이 만든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등판을 앞두고 강한 강도의 러닝 훈련을 소화하는 건 양현종만의 특별한 루틴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어릴 때부터 러닝 훈련을 많이 소화했다. 나이가 드니까 줄일까 싶기도 한데 불안한 마음에 남들보다 더 하게 되더라. 러닝을 하면서 내 몸의 운동 능력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거다. 이강철 감독님에게 어릴 때부터 계속 이런 부분을 배운 덕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강 운동도 이걸 안 하면 무조건 다친다는 압박감 아래 최대한 꾸준히 소화하고 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이날 KBO 역대 최다 탈삼진 달성 기록을 세운 KIA 양현종이 경기 후 동료의 축하 세리머니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이날 KBO 역대 최다 탈삼진 달성 기록을 세운 KIA 양현종이 경기 후 동료의 축하 세리머니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투수 러닝 훈련을 두고 여러 장단점에 대한 말이 나오는 가운데 양현종은 후배들에게 러닝 훈련을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후배들에게 최대한 많이 뛰라고 말하고 있다. 분명히 그런 러닝 훈련이 좋은 결과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계속 노력하고, 자기 투구 폼을 기억하면서 많이 도전해야 단점을 고칠 수 있다. 그래야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공을 던질 수 있는 자신만의 루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목소릴 높였다. 

양현종은 올 시즌 속구 평균 구속 140.2km/h를 기록 중이다. 과거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사라졌지만, 양현종은 정교한 커맨드와 변화구 구사로 여전히 선발 투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양현종은 "나도 150km/h 넘게 던지면서 속구로 윽박지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여러 방면으로 수치가 조금 떨어졌다고 인정하고 있다. 강약 조절 같은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 게 있으니까 크게 변화를 주기보다는 경험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투구를 하고 있다. 지금 (류)현진이 형도 예전 같은 강속구가 아니라 투구 메커니즘과 로케이션에 더 집중하는 게 보이더라. 그런 면에서 나도 많이 배우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양현종은 선발 투수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양현종은 10년 연속 170이닝에 도전하는 선수기에 충분히 그런 책임감을 강조할 자격이 있는 선수다.

양현종은 "최근에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관리를 해주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좋으면 계속 던지는 게 옳다고 느꼈다. 내가 컨디션이나 성적이 안 좋으면 잠깐 빠질 수도 있지만, 많이 던졌다고 무리한단 시선 속에 쉬는 건 부정적이다. 선발 투수들은 144경기 가운데 114경기를 그저 벤치에서 지켜보고만 있다. 그렇다면 자기가 나가는 30경기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던져야 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