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비례적 이익 보호 실현 불가능…다수결원칙도 훼손"

조인영 2024. 8. 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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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명예교수 '주주의 비례적 이익론의 허구성' 주제발표
"상법 개정 논란은 이사 충실의무 오해에서 비롯, 소송 남발만 부추겨"
ⓒ한국경제인협회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나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등은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며 자칫 이사에 대한 소송남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기업법학회 등이 공동개최한 '2024년 하계 공동학술대회'에서 22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론의 허구성’을 주제로한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 개선 및 소액주주 보호? 이사 충실의무 오해

최준선 교수는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회사 외에 주주까지 포함) 하는 상법개정안이 소액주주를 현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란 '이사 개인의 이익과 회사 이익 간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발생할 때, 회사로부터 위임계약을 맺은 이사는 회사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인데, 일부에서는 이를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도외시 한채 회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의무’인 것처럼 호도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법 개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현재 이사들이 회사에 충성하는 만큼 주주들에게도 충실할 수 있도록 현행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회사법 제382조)에 주주와 회사를 나란히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또한 현행 회사법이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원칙 하에서 주주우선주의(Shareholder Supremacy)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가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은 곧 주주 전체를 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부에서 이사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해야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소액주주 권한이 강화된다는 주장은 회사법의 ‘이사 충실의무’ 개념 자체를 오해했다는 것이다.

토론에 참여한 안성포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이사의 충실의무에 혼란을 초래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회사법은 출자자인 주주와 회사 운영을 위임받은 이사를 완전 별개로 보며 이사는 회사에 대해서만 충실의무를 지는 것인데, 최근의 상법 개정안들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사 충실의무 개념을 오해한 주주들의 소송 남발 가능성

최 교수는 상법 개정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남발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 회사법 학계는 이사가 회사에 대해 신인의무를 이행하면 전체주주에 대해서도 신인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신인의무(Fiduciary Duty)는 타인을 위해 일하는 수탁자가 일을 맡긴 위탁자의 최대이익을 위해 합리적이고 사려깊게 행동할 의무를 말한다. 회사법상 이사의 신인의무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의무 duty of care)와 충실의무(duty of loyalty) 등을 포괄한다.

그런데 주로 경영학자들이 주장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와는 별개로, 주주에게 별도의 충실의무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회사 경영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주들이 이 조항을 근거로 이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소송을 남발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특정주주에 대한 편중된 이익 배분, 현행법으로도 규제 가능

최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의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강제조항으로 넣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였다.

이사의 어떤 경영판단 결과로 지배주주가 큰 이익을 얻고 나머지 주주들 이익은 매우 적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상법 개정론자들은 이런 이익 불균등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비례적 이익(Proportional interest)보호 의무’ 를 상법에 강제조항으로 넣겠다는 것인데, 이런 시도는 문제 해결의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행 주식회사 시스템상으로도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최 교수는 지배주주에 유리한 ‘비례적이지 않은 이익(non-ratable benefits)’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시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며, 현행 상법에는 이런 이사회의 결정을 무효화하거나 취소시킬 수 있는 소수주주 권한들이 이미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례적이지 않은 이익(non-ratable benefits)’을 사전에 막는 절차도 구비돼 있다고 말했다.

현행 상법상 ▲이사가 지배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과 자기거래 위반으로 해결하고 ▲거래와 관련해 특별이해관계자가 확인되는 경우 이 자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태에서 주총 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 ▲지배주주에게 비례적이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거래에 대해 절차적 요건으로서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ex. 내부거래위원회)의 승인을 거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다.

경영판단원칙 명문화로 이사의 면책 기준 명확히 해야

최준선 교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상법에 명문화하여 이사의 경영판단 행위에 대한 법원의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은 지배주주가 ‘비례적이지 않은 이익’을 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을 때, 이사회 승인이나 주총 결의를 거쳤다면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해 이사를 면책한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선관의무) 이사의 재량범위 내에서 행위를 했다면 비록 회사에 손해가 발생해도 개인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경영판단 원칙은 민사에서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따지는 기준이 되고, 형사에서는 이사의 횡령·배임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최 교수는 “법원이 고도의 경영판단과 경험치에 근거해 내린 전문경영인의 의사결정에 대해 사후적으로 내용상의 정당성까지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국도 이사회나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사에게 면책을 부여하거나, 독일 주식법처럼 ‘경영판단원칙’을 상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주식법 제93조제1항(일부)은이사가 경영상의 판단을 하면서 적절한 정보에 근거해 회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받아들인 경우 의무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주주 간 불균등한 이익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상법에 이미 해결책이 마련돼 있는 만큼 불필요한 상법 개정으로 경영 일선의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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