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유리 뒤에 선 트럼프, 피습 후 첫 야외유세…"오바마, 내게 총 쏴" 비난

조슬기나 2024. 8. 2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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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총기 피습 사태 후 처음으로 야외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방탄유리 뒤에 등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세상을 '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몰고 갔다고 주장한 그는 군사력 강화를 약속하는 한편,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도 재차 제기했다. 하루 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로 주목받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는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고 칭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애시보로에서 개최한 유세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 후 성경에서 손을 떼는 순간 나는 미국을 최강의 힘(maximum strength)으로 복구하고 세계를 평화로 되돌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부분 나는 전화 한 통으로 그것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군대를 보낼 필요도 없다"면서 "대선 승리 시 나는 취임하기 전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중단시키고 해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가 안보'에 초점을 맞춘 이날 야외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상은 불타고 있고, 카멀라와 바이든은 우리를 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결정,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책임을 백악관에 물었다. 또한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 중 하나는 미군의 준비 태세와 사기를 조속히 재건하는 것"이라며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복구한 것을 '멍청한' 바이든 정부가 말살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공짜로 모든 것을 (다른 나라에) 줬다"면서 "군의 재건을 위해 역사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지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동맹국들은 돈을 내지 않았고, 우리가 모두를 위해 지불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여러분은 돈을 내야 한다'라고 했다"고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제기했다. 그는 "우리의 동맹국은 통상에서도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는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연단 위에서 진행됐다. 지난달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중 발생한 총기 피습 사태 이후 강화된 보안 조치에 따른 것이다. 연단 인근에는 컨테이너를 쌓아 시야를 막았고, 유세장 인근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유세가 사실상 '해리스 대관식'으로 치러지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19~22일)에서 유권자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일환이라고 짚었다. 유세장인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대선 향방을 가를 대표적 경합주이기도 하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의식한 듯 군중들에게 "버락 후세인 오바마의 연설을 봤느냐"며 평소보다 그를 겨냥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가) 당신들의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 미셸(미셸 오바마)도 마찬가지"라며 "그들은 항상 '정책에 충실하라. 사적으로 (공격)하지 말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밤새 사적(공격)으로 굴었다. 내가 여전히 정책에 충실해야 하냐"라고 반문했다. 자신에게 비판을 쏟아낸 오바마 부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근거 없는 주장도 제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 "나보다 앞선 (대통령) 누군가가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계획 및 제원을 러시아에 줬는데 러시아는 이를 만들었고 우리는 만들지 못했다"면서 "그 사람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나는 그를 좋아한다. 그를 존경하고 부인도 존경한다"고 언급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까지 나흘간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뻔히 보이는 속임수(charade)"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이날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을 공산당직 호칭을 사용해 '카멀라 동지(Comrade Kamala)'라고 칭했다. 또한 "카멀라 동지 아래에서 미군은 급진적 사회실험에 악용됐다"면서 "나는 취임 첫날 비판적 인종 이론(CRT)과 트랜스젠더 광기를 군에서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전사들은 미국의 적을 물리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성전환이나 사회정의 세미나를 하고 싶다면 다른 곳에서 하라. 육군, 해군, 공군 등 군대에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세에 함께 참석한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은 경쟁자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육군방위군으로서 복무 기록을 잘못 기술했고, 이라크 파병을 기피했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하며 "월즈가 거짓말하지 않는 게 뭐냐"라고 공격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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