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이 말... 보란 듯이 뒤집혔다 [임성희의 환경리포트]
[임성희 기자]
▲ 2023년 8월 24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서 지역 어민과 주변국의 반대에도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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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녹아내린 880톤의 핵연료 제거 계획은 여전히 실패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폐로검토위원회 위원장 미야노 히로시는 "2051년까지 원전을 완전 폐로한다는 도코전력의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2011년 이후 일본 정부는 '안이한 오염수 해양 방출은 하지 않는다, 관계기관의 양해나 관계자들의 이해 없이 해양 방출이나 그 어떤 처분도 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이러한 말은 보란 듯 뒤집혔는데, 일본은 쌓여가는 오염수(2023년 기준 134만 톤) 처리를 위한 다섯 방안(지층 주입, 수증기 방출, 수소 방출, 지하 천층 매립, 해양 방출)을 놓고 고심하는 듯하더니, 2021년 4월 결국 가장 저렴한 처리 방안인 해양 방출을 결정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결정은 최소한의 양식이나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금지 소송 기각한 법원
일본의 후안무치한 결정에 대해 어쩌면 한 통속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안전성 검토 결과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로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IAEA는 핵발전사업자이자 사고 유발자인 도쿄전력의 방류 계획과 관련 문서를 검토했을 뿐이다.
배출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에 따른 것이 아니라, 배출을 전제로 도쿄전력과 일본의 오염수 처리를 근본적으로 신뢰한다는 전제하에 작성된 보고서였다. 그러고는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새겼다. 이 무책임한 보고서의 결론을 무기 삼아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했다.
방사능오염수에 삼중수소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핵종이 보통 17종이라면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에서 배출된 핵종엔 독성이 매우 강한 스트론튬, 플루토늄, 아메리슘을 비롯한 62개의 핵종이 존재한다. 이 오염수를 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내어 이른바 '처리수'로 만들었다는 장담은 일본 정부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IAEA도 이 ALPS라는 핵종제거설비의 성능을 검증한 적이 없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봄 '2023년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실태 분석 보고서'를 냈는데, 일본 수산물 4%에서 세슘이 검출되고 후쿠시마산 농어와 쏨뱅이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다. 도쿄전력 자료에 따르더라도 조피볼락과 노래미, 가자미류에서도 세슘이 검출되고 있었다. 암이나 유전자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부산 환경운동연합 회원 16명은 2021년 4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이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런던의정서)과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 폐기물 관리의 안전에 관한 공동협약'(비엔나 공동협약) 체결 당사국으로서 이들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방사성 오염수가 방류되면 해류를 타고 부산 앞 바다에 도달해 어패류 등 각종 먹거리를 오염시켜 부산에 거주하는 원고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것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없다며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 관할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맞서왔다. 1심에서 각하된 이 소송은 2심에서도 기각되었고 원고들은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 2023년 8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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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가관인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홍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첫 방류에 즈음하여 18억 8320만 원의 광고비를 썼다는 사실이다. 임오경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 우리바다는 안전합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등 영상과 카드뉴스, 간행물을 제작, 배포, 광고했다.
이에 대해 김영희 변호사(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변호단)는 정부가 국제해양법협약에 따라 일본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을 위해 지출한 세금에 대해 도쿄전력에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명백한 배임이라면서 예산을 편성·집행할 때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국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이 정한 예산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의 각종 이런 수고와 예산에도 시민들은 정부의 홍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인식 조사(온라인 설문, 485명 응답)를 진행한 결과다.
도쿄전력이 지난 1년간 7차례 방사능오염수 5만 4000톤가량을 해양투기 했고 향후 계속 투기할 계획에 대해 응답자의 97.3%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고 답했다.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이 96.5%, 환경 및 해양오염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이 96.7%였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가 국가 규제 기준을 준수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신뢰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93.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수산물에 내재하는 방사성 검사 항목에 대해 94.1%가 베타핵종의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답했다.
해양오염으로 인한 바다생물의 피폭, 삼중수소,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의 체내 축적은 치명적이다. 서서히 축적된 방사능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지금이라도 시멘트 고체화 등의 방법으로 육상에서 장기 밀폐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핵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지금도 핵발전에서 이익을 얻고, 핵발전의 사고와 파장, 피해는 묵인하거나 은폐·왜곡하면서 손해를 감당하려 들지 않는 무책임한 사업자, 연구자, 그리고 그들을 뒷배로 정치를 하는 핵마피아 카르텔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핵마피아들에게 우리의 바다와 생명을 맡길 수 없다. 지금 당장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멈춰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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