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0조 가계대출…당국+은행 '수요 억제' 총력전

임철영 2024. 8. 2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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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서울 부동산 시장…대출 수요 자극 우려
금융당국과 은행권 잇달아 전격적인 가계부채 대책
신한은행, '갭투자' 수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중단
KB국민, 신용대출 0.2%P 금리 인상…신한도 금리 추가 인상

서울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잇달아 전격적으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콕 집어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를 1.2%포인트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26일부터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KB국민은행은 22일부터 가계 신용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부회의를 거쳐 그간 취급했던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26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주택 처분 등 조건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을 취급해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흐름에 맞춰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9월부터 신규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출하도록 은행권에 지시했다. 그간 DSR이 적용되지 않는 정책대출이나 전세대출도 산출 대상에 포함한 만큼 은행은 맞춤형 관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이번 조치는 서울을 중심으로 갭투자 수요가 늘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갭투자자들이 투입자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올리고 전세 세입자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더 받으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을 겨냥한 조치다.

이어 26일부터는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MCI·MCG가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 대출 한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인 만큼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도 4800만원, 광역시 2800만원, 기타 2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거듭 상향, 막판 대출 수요 관리

시중은행들은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막판 대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갈아타는 경우와 기존 주택 보유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주담대를 중단한 데 이어 22일부터는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올린다.

KB국민은행은 KB 온국민 신용대출,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 KB 선생님든든 신용대출, KB 군인든든 신용대출, KB 급여이체 신용대출, KB STAR CLUB 신용대출 등 금리를 일제 상향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주담대 금리를 2차례 인상하고 이달 들어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0.3%포인트, 대면 주담대 금리를 0.3%포인트 올린 바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까지 손을 댄 신한은행은 23일 주택 관련 대출 금리도 최대 0.4%포인트 상향할 방침이다. 신규 구입·생활안정자금은 0.20∼0.40%포인트, 전세자금 대출은 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0.30%포인트 상향한다. 전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 최대 0.3%포인트 올린 직후 대출금리를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했고 우리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으로 가계 대출을 줄이는 방안을 지속해서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억제 의지에도 주담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고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막판 대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여전해 은행권도 각종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면서 "전세자금 대출 문턱을 잇달아 높이는 조치도 수요 관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1분기 말 대비 13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달 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4조1795억원 늘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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