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응급시대, “우리 하천의 현주소는?”[환경기획] 

곽경근 2024. 8.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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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생존과 생활’ 무엇이 우선인가?
- 이상기후 빈발, 무질서한 하천 이용 멈춰야
- 베지 말아야 할 나무 ‘베고’, 심지 말아야 할 나무 ‘심고’
"탄소 흡수 능력 뛰어난 버드나무, 모두 베어져 지금은 탄소 배출 중"지난 7월 중순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청주시에 위치한 미호강변과 물 한가운데 자리했던 버드나무들이 홍수 예방 차원에서 모조리 베어졌다. 하지만 버드나무는 큰물이 밀려내려오면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쓰러지고 물을 흡수하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뻣뻣하게 서 있는 육지성 나무나 인공시설물에 비해 쓰레기 더미가 나무에 걸릴 염려도 적다.

- ‘갈 길 바쁜 물길’ 발목 잡는 인공시설물들
- 담당공무원 "모두 적법한 절차 걸쳐 승인, 문제 없어"
- 100~200년 한번 내릴까 말까 한 폭우 일상화 
- 하천 수목은 산림 못지않게 탄소 중립에 큰 역할

쿠키뉴스는 지난 7월 말과 8월 초 3차례에 걸쳐 자연형하천 혹은 생태하천의 복원현장을 돌아보았다. 대부분 우리 하천의 복원현장은 물길이 지니는 자연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아니라 친수공간으로서 하천을 무분별하게 개발해 사람들이 과다하게 사용 중인 곳이 많다.
이창석 교수가 미호강 한가운데 처참하게 베어져 나간 버드나무들을 가리키고 있다.

이와 다르게 하천복원을 하면서 하천 개발을 최소화한 하천들도 일부 있다. 인공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하고 자연복원이 진행되면서 생태하천으로 돌아가고 있는 청계천 하류지역과 70년 분단으로 자연하천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DMZ 내 두타연 계곡 등도 돌아보았다. 본지는 무분별한 하천 개발과 잘못된 생태 복원 실태, 훼손되면 다시 복원하기를 반복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실태를 고발하고 향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하천복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와 동행 취재해 2회에 걸쳐 게재한다.

1회: 기후위기시대 역행하는 생태하천 관리
       생태하천 복원의 허와 실 
2회: 자연형 하천복원 어떻게 해야 하나?
      최대한 본래 건강한 하천으로 
미호강  하중도' 보존할까 준설할까'…‘하중도(河中島)는 하천 가운데 퇴적물이 쌓이며 오랜 시간 조성된 자연 섬으로, 강 속의 섬으로 불린다. 이 하중도에는 물억새와 갈대 등이 자라고, 다양한 종류의 버드나무들이 서식해 완연한 섬의 모습을 보인다. 기후위기 시대에 하중도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양하다. 하천 한 가운데 들어선 섬을 아름답고 생태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집중호우 시 하천 범람을 우려하고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쓰레기로 인한 도시경관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보존과 준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는 셈이다.

 1회: 기후위기시대 역행하는 생태하천 관리
      -그 많던 버드나무는 누가 다 베었을까?

“저기 물 한가운데와 강둑에 모조리 베어져 산처럼 쌓아놓은 버드나무를 보세요. 한마디로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힙니다.” 취재에 동행한 이창석(65)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는 아쉬움을 표한다. 그러면서 “관할 지자체에서 강 한가운데 큰 나무들이 있으면 홍수 시 물 흐름을 방해해 홍수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모조리 베어낸 것”이라며 “버드나무는 물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큰물이 덮치면 자연적으로 나무가 쓰러져 물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웃자란 큰 나무들만 일부 베어냈으면…”하며 안타까워했다.
버드나무를 벌목하면 홍수를 얼만큼 예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계산법도 없다. 보통 홍수량으로 제방과 수위관리를 하는데, 벌목하면 수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쓰레기가 걸려서 문제라면, 하천에 설치한 체육시설이나 난간 가로수 등등 모두 철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일 이창석 교수와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사곡리 미호천(美湖川)의 버드나무 벌목현장을 찾았다. 천변에는 이미 홍수에 대비해 버드나무를 베에 내 쌓아 놓은 지가 제법 되었는지 나무들은 모두 말라있었다.

이 교수는 다시 강 아래쪽을 가리키며 강 수변부에 크게 자란 나무들과 인공시설물들을 가리키며 “저렇게 하천 식생에 전혀 맞지 않는 육지성 나무들을 심어놓고 시민들을 위한다며 강가에 다양한 운동시설들을 과다하게 설치해 놓았다”면서 “물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시설물들 외에는 모두 철거시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미호강변 고수부지에 설치된 파크골프장'그늘 형성을 위해 하천의 식생에 맞지않는 육지성 나무와 골프장 주변으로 빙 둘러서 그물망이 쳐있다. 홍수 시 모두 물길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이 교수와 함께 혹은 천변을 따라 이동하며 미호대교 아래까지 천천히 돌아보았다. 중간 중간 그물망이 설치되어 있는 파크골프장을 비롯해 운동시설들이 이어져 있었다. 그래도 좁은 하천 폭 양안으로 끝임 없이 다양한 운동시설과 놀이시설, 화훼단지와 조경시설이 이어진 서울의 중랑천에 비하면 훨씬 여유로워 보이긴 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호대교 바로 아래 커다란 버드나무 군락이다. 이곳은 서울여대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몇 년째 버드나무가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곳인데 초입에 벌써 버드나무 수십 그루가 군데군데 잘려나가 있었다. 아마 이곳도 하천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베어낼 것 이라고 말했다.
이창석 교수와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연구원이 미호대교 아래 버드나무 군락지에서 생태조사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이창석 교수는 “담당공무원들이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 분야에 대해 공부를 안 하는 것 같다. 잘 모르니 매년 하던 일이니 틀린지 맞는지도 모르면서 그대로 반복해 시행한다.”며 “정말 시간이 급박한데 자연에 대한 위기위식이 없다. 산림식생의 3배 이상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버드나무를 모두 밀어버렸다. 그게 미호강”이라며 탄식했다.
미호대교 아래 버드나무군락지. 버드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소나무에 비해 무려 3.7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결과 알려졌다.

청주시 국가하천팀 관계자는 “우리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홍수 시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는 나무들은 베어내고 필요하면 준설도 한다”며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금강유역환경청 하천공사과 담당자는 “미호강 고수부지에 설치되어 있는 게이트볼장, 축구장, 다목적구장, 주차장 등은 지난 2021년 세종시체육진흥과에서 부대시설 설치를 신청했다”면서 “우리 환경청은 고수부지 내 체육공원 설치 관련 신청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홍수를 유발 할 수 있는 치수안전성 검토를 했으나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모두 적정하게 허가 나갔다”고 밝혔다.
지난 7월17일 갑자기 내린 비로 서울 중랑천변의 시설물이 물에 잠겨 떠내려갈 위기에 처해 있다.

기후위기시대 극단적이고 국지적 기상이변이 빈발하는 요즘이다. 어느 한 지역에 물 폭탄을 쏟아 부어 단숨에 초토화시키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제든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선진국가의 하천 복원의 기본은 통수단면을 늘려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각 지자체장이 선거를 위한 선심성 행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천 내 인공시설물 그만 설치해야
- 중랑천, 갑천 일원 돌아보니

100~200년에 한번 내릴까 말까 한 폭우가 일상화된 요즘이다.
지난 7월 중순, 집중호우가 지나간 후 중랑천을 찾았다. 중랑천은 하류에서 상류까지 4개의 자치구가 걸쳐있다보니 인공시설물도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파크골프장, 체력단련시설, 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은 물론 그 높이가 10m도 넘는 망을 씌운 테니스장과 풋살장 까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장미 축제를 위한 부대시설물도 만만치 않게 도입돼 있고 중랑천에는 하천변식물과 달리 줄기의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는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해 하천에 어울리지 않는 미루나무와 이팝나무들도 곳곳에 심겨져 있다. 

7월 17일, 오후 물이 빠진 중랑천에 내려가 살펴보니 근린공원의 운동시설 가장자리에 설치한 울타리 구멍 사이사이에 빗물에 떠밀려온 각종 풀과 나뭇가지가 얽혀있었다. 아직 청소가 채 되지 않아 잔디밭은 진흙으로 뒤덮였다. 길을 알리는 안내판과 각종 표지판, 게시판은 각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밀려가거나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 특히 요즘 한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파크골프장은 더욱 엉망이 되어 있다. 그물망에 가득 쌓인 풀과 쓰레기가 그렇지 않아도 통수단면이 부족해 ‘갈 길 바쁜 물길’을 얼마나 잡았을까 생각하니 그래도 그 정도에서 비가 그친게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대전시 대전천 세월교 교각에 걸린 쓰레기

미호천 인근의 대전시 역시 올해 집중호우로 유등천과 대전천, 갑천 등 3대 하천이 모두 범람하면서 주변 마을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대전 시를 관통하는 하천들의 범람원인 역시 하천 폭 축소와 하상관리부실 그리고 인공시설 도입으로 인한 통수단면 축소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파크골프장을 비롯해 다양한 체육시설과 무분별하게 설치된 간판, 야영을 위해 반입된 텐트를 비롯한 시설 등이 통수단면을 줄여 예고된 사고다. 시멘트와 돌등으로 설치된 다리와 보 등 횡단시설물 역시도 떠내려가지 않고 물의 흐름을 방행하며 홍수를 유발했다.

하천 둔치에 있는 시설물들은 자연적 수해라 보기는 어렵다. 큰비가 내리면 대부분 물에 잠기는 곳이기 때문에 시설 설치에 신중해야 함에도 너무 많은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그 때문에 불필요한 홍수복구예산이 투여되게 된다. 이런 복구의 악순환이 거의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
물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태양열 가로등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47)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콘크리트 횡단시설물과 인공시설물의 철거 없이 매년 홍수 대비 목적으로 구시대 패러다임인 준설과 벌목을 택하고 있다”면서 “준설과 벌목이 필요하다면 횡단시설물과 둔치에 다양한 설치물들 역시 함께 철거하고 자연하천으로 복원 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국장은 미호천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하천에서 버드나무들은 홍수에 대비한다며 잘려나가고 있다. 하천에 자라는 버드나무는 벌목이 아니라 가꾸어야 한다”면서 “인공적인 하천을 해체하고 복원하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으로 자연성 회복을 통한 도시관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원해서 어쩔 수 없다지만..."대부분의 지자체가 생태하천 복원을 시행하면서 원래 있었던 그대로의 하천을 되찾아 주는 방식이 아닌 친수공간으로서의 수변공원화 혹은 놀이장을 조성하면서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있다. 

향후 하천에 설치되는 인공시설물에 대한 정밀한 점검과 이용률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인공시설물의 철거와 함께 하천의 식생에 대해서도 보다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집중호우와 ‘9호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의 하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하천 내 인공시설물을 매년 설치하고, 유실되면 복구하기를 반복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인간의 삶의 질도 중요하다. 나무를 베면 얼마나 베어내는 게 좋은지, 준설은 해야 하는지, 인공시설물들은 최소한 얼마만큼까지 허용해야하는지 “생활과 생존”의 저울질에 숙의(熟議)가 필요한 시점이다.

 
'치우면 잠기고, 잠기면 또 치우고'지난 7월17일, 서울 중랑구청 담당직원들이 동부간선도로가 다시 개통되고 중랑천에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청소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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