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운전기사보다 잘해"…中로봇택시엔 안전요원도 없었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지난 13일 오후 중국 광저우시 난사구에 위치한 자율주행기업 '포니에이아이(pony.ai)'의 허브. 포니에이아이가 광저우에서 시범운행 중인 100여대의 자율주행 로봇택시를 관리·점검하고 운영하는 차량기지 같은 곳인데요. 허브 건물 안팎엔 로봇택시와 대형 로봇트럭 수십 대가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포니에이아이는 구글과 바이두 등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제임스 펭이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공동 설립한 회사로 본사를 광저우에 두고 있는데요. 광저우를 비롯해 베이징·상하이 등에서 약 300대의 로봇택시를 시범운영 중이며, 로봇트럭도 200여대가량 된다고 합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로봇택시는 자율주행 단계 중 최고 수준(레벨 5) 바로 아래인 4단계(레벨 4)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대부분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특정 조건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수준입니다. 이 회사의 허브에는 라이다가 택시 갓등처럼 도드라져 보이는 형태의 5세대 로봇택시와 라이다를 내장형으로 설치해 일반차량과 흡사해 보이는 6세대 로봇택시가 뒤섞여 있는데요.
마침 6세대 로봇택시를 시승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일본산 토요타 차량의 외부에 카메라가 여러 대 부착돼 있고, 지붕에는 라이더가 설치돼 있었는데요. 물론 차량 내부에는 라이다와 카메라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인공지능(AI) 컴퓨터도 탑재돼 있습니다.
탑승 전에 운전석을 살펴보니 진짜로 운전기사는 물론 안전요원도 없었습니다. 바로 옆 보조석에는 큼지막한 포니에이아이의 캐릭터 인형만 놓여있었고요. 현지에서 스마트폰에 전용모바일 앱을 설치한 뒤 호출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로봇택시 이용이 가능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휴대전화는 등록 가능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앱 설치가 안 된다고 하네요.
차에 타서는 안전벨트를 매고, 승객석 앞에 달린 모니터의 출발버튼을 누르자 차량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니터에는 로봇택시가 운행하면서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각종 차량과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 등의 움직임이 모두 표시되고 있었는데요.
운전자도 없는 상황에서 핸들이 좌우로 돌아가며 달리는 걸 보고 있자니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유롭게 일반차로에 합류하고, 안정적으로 유턴과 좌회전·차로변경을 하는 데다 차로가 줄어드는 지점에서도 노련하게(?) 대응하는 걸 보면서는 자율주행 수준이 상당하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주행속도도 시속 60㎞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차량에 동승한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웬만한 운전기사보다 운전을 더 잘하는 것 같아 놀랍다”고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서울 시내버스업계를 대표하는 김 이사장은 버스기사 인력난을 줄일 방안 중 하나로 자율주행에 관심을 갖고 있어 포니에이아이를 찾았다고 합니다.
로봇택시는 맑은 날은 물론이고 제법 세찬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했는데요. 운전자도 없는 상황에서 빗물을 닦아내기 위해 윈도 브러시가 작동하는 모습이 이색적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탑승하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마치 노련한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탄 것처럼 동승자들과 편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습니다.
로봇택시는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광저우시 난사구 안에서만 운행하는데요. 정부의 허가 조건 때문입니다. 차량은 전기차와 가솔린·하이브리드 등 3가지를 다 사용 중이며 유인과 무인택시 모두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안전 규정상 운전기사는 탑승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포니에이아이가 시범운행 중인 로봇트럭은 시내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고, 고속도로 등 허가된 구역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탑승해본 로봇트럭도 고속도로에서는 꽤 안정적으로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광저우에서 운행 중인 로봇택시 상황은 포니에이아이의 R&D(연구개발) 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요. 300여명의 인력이 운행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하면 원격제어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회사의 카이 류 전략 및 사업개발 총감은 “사고가 나면 우선 현장에서 로봇택시에 적용 가능한 대응책을 먼저 제시하고, 그래도 어려우면 원격제어를 하거나 비상대응반을 출동시키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정도면 당장 한국에 들여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은 제약이 적지 않습니다. 로봇택시가 특정지역을 안정적으로 주행하기 위해서는 일반지도와 차원이 다른 정밀지도를 별도로 제작해 탑재해야만 하는데요. 여기에 시간과 비용이 꽤 소요된다고 합니다. 운행지역을 늘리려면 그만큼 상당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포니에이아이는 우리나라의 IT 및 모빌리티 기업인 포니링크(구 젬벡스링크)에도 투자를 했는데요. 제임스 펭이 포니링크의 등기임원으로 올라있기도 합니다. 포니링크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국내에 당장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적용은 어렵더라도 버스나 택시기사의 피로도를 줄이고, 안전운행을 도울 정도의 기술 도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중국에서 시험운행 중인 로봇택시는 포니에이아이뿐이 아닙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자율주행 시험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이두, 비야디, 니오, 포니에이아이 등 여러 업체가 중국 각지에서 수천 대의 자율주행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운전자와 안전요원이 아예 탑승하지 않는 무인차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데요.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시험운행 중 사고가 나도 크게 논란이 되지 않는 데다 중국 정부가 여러모로 지원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위험을 상당 부분 감내하고 자율주행 연구를 진행하는 덕에 기술 발전도 그만큼 빠른 건데요. 자율주행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이 놀랍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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