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수건돌리기]②한국 시장이 좁은 PEF‥산업과 자본 분리 초래하나

박소연 2024. 8.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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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간에만 돌고 도는 인수합병(M&A) 거래가 통상적인 엑시트(자금회수) 방식으로 굳어져 버리면 기업과 기업이 연결돼 시너지를 발휘할 기회를 훼손해 전체 산업 측면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전략적투자자(SI)인 일반 기업이 M&A를 할 때는 기존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산업적인 측면에서 더 큰 효용을 발휘할 수 있지만, PEF 들은 아무래도 산업적 조화나 시너지보다는 수익률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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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제도 운영 20년‥사모펀드의 역할 되돌아 봐야
외국계 PEF 대항, 국부 유출 방지 긍정적 역할
LP들의 강력한 모니터링 필요, 규제당국의 역할론도

사모펀드(PEF) 간에만 돌고 도는 인수합병(M&A) 거래가 통상적인 엑시트(자금회수) 방식으로 굳어져 버리면 기업과 기업이 연결돼 시너지를 발휘할 기회를 훼손해 전체 산업 측면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PEF 입장에서도 PE 간 거래는 적시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자구책일 뿐 선호하는 거래방식은 아니다. 당사자 모두 해당 분야에 정통하다는 점에서 더 좋은 가격이나 옵션 등 나은 거래조건을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전체 자산규모 100조원을 넘어 200조원을 향해 커지고 있는 국내 PEF 산업의 매서운 성장세를 동력으로 이 펀드들이 쏟아내는 조단위 매물은 국내 일반 기업집단이 소화해 내기는 어려울 정도가 됐다. 나 홀로 커져 버린 자본이 산업의 톱니바퀴에 흡수되지 못하고 기름처럼 겉도는 현상이 PE 간 거래다.

PE 간 거래 부작용…. 산업적 시너지 어렵고, 가격조건 빡빡해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전략적투자자(SI)인 일반 기업이 M&A를 할 때는 기존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산업적인 측면에서 더 큰 효용을 발휘할 수 있지만, PEF 들은 아무래도 산업적 조화나 시너지보다는 수익률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측면에서도 PE와 기업 간 거래는 시너지 프리미엄을 좀 더 얹어서 거래될 수 있는데 PE들끼리는 기본적인 조건으로 타이트하게 갈 수밖에 없다"며 "또한 PE 간에는 서로 전문가니까 사고팔면 가격이나 거래조건이 빡빡해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PE 간 거래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PE 하우스마다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밸류업 수단이 다르다 보니 A라는 기업이 여러 PE 하우스를 돌면서 부족했던 빈틈을 메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시나리오일 뿐 A라는 기업이 여러 PE 하우스를 돌면서 영업비밀이나 약점이 모두 공개되면 매력 없는 매물이 되기에 십상이다. 박 위원은 "여러 군데 손바뀜을 거쳐 마지막으로 A기업을 넘겨받은 PE의 경우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운 '폭탄 돌리기' 식의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A기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PE 사업의 핵심을 저평가 기업의 가치를 높여 되파는 전략이라고 정의한다면 서로 다른 PEF로 주인이 바뀔 때마다 그만큼 피인수 기업의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해 보라. 답은 뻔하다"고 말했다.

PEF 제도 20년 운영…. 기업 구조조정 '큰 줄기'는 대부분 소화돼

국내 PEF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M&A 시장을 독식해 온 외국계 PEF에 대항하고, 국내 자본 육성과 국부 유출 방지를 위해 20년간 국내 자본 시장에서 중심축 역할을 해 왔다. 기업의 성장 지원, 경영 개선, 구조조정 과정을 돕는 긍정적인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제도 운영 20년이 지난 현재 PEF 산업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본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서 일차적으로 대기업, 비상장사, 중견기업 등 굵직한 M&A 물량들은 대부분 소화가 됐다고 분석한다. 향후 국내 시장만 치중해서는 딜소싱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실제로 PEF 산업 내부적으로도 좁은 한국 시장을 벗어나 해외 딜소싱을 적극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PEF에 자금을 출자하는 연기금, 공제회 등 출자자(LP)들의 역할론도 부각된다. 위탁운용사(GP) 성장과 출자 후 모니터링 등을 통해서 적절한 가이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 숫자나 규모가 급격하게 늘면서 과당 경쟁이 일어나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본다"며 "LP들이 강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진입규제나 퇴출에 대한 규제당국의 적절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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