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이라는 걸 직감했다" 피안타 직후 김현수에게 박수 보낸 엘리아스의 '존중'
배중현 2024. 8. 22. 05:30
21일 개인 3600루타 기록 세운 LG 김현수
안타 내준 엘리아스, 마운드 위에서 박수
전광판 '루타' 한글 읽지 못하지만 숫자 보고
기록의 무게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축하
존중.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36·SSG 랜더스)가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모습이었다.
엘리아스는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 7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5-1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4연패 사슬을 끊어낸 엘리아스는 시즌 4승(5패)째를 챙기며 평균자책점을 4.04(경기 전 4.39)까지 낮췄다.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8경기 평균자책점이 3.19(전반기 평균자책점 4.82)로 수준급이다.
이날 눈길을 끄는 장면은 4회 말 김현수 타석에서 나왔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선두타자 박동원을 3루 땅볼로 잡아낸 엘리아스는 후속 김현수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경기 두 번째 피안타였다. 타격 직후 전광판에는 김현수가 KBO리그 역대 7번째 개인 통산 3600루타 기록을 세웠다는 메시지가 송출됐다. 엘리아스로선 외면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반응은 의외였다. 김현수를 향해 박수를 보낸 것이다. 이를 본 김현수는 가벼운 목례로 화답했다.
경기 뒤 엘리아스는 구단을 통해 "김현수라는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알고 있었다. 기록의 타이틀을 알지 못했지만, 숫자를 보니 대기록이라는 걸 직감했다"며 "대기록이라고 생각해 축하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루타'라는 한글을 읽을 수 없었지만 3600이라는 숫자를 보고 기록의 무게를 판단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야구장에서 자신을 상대로 안타를 기록한 상대 팀 선수에게 보낸 박수.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20일 열린 경기에서 두 팀은 묘한 기싸움을 펼쳤다. SSG 선발 투수 드류 앤더슨이 5회 희생번트를 기록한 송찬의를 다소 강하게 태그, 이를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자칫 감정이 격해지면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추가 논란 없이 경기를 마쳤으나 21일 분위기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별다른 마찰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엘리아스의 '박수'가 묵직하게 느껴진 이유다.
잠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안타 내준 엘리아스, 마운드 위에서 박수
전광판 '루타' 한글 읽지 못하지만 숫자 보고
기록의 무게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축하
존중.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36·SSG 랜더스)가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모습이었다.
엘리아스는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 7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5-1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4연패 사슬을 끊어낸 엘리아스는 시즌 4승(5패)째를 챙기며 평균자책점을 4.04(경기 전 4.39)까지 낮췄다.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8경기 평균자책점이 3.19(전반기 평균자책점 4.82)로 수준급이다.
이날 눈길을 끄는 장면은 4회 말 김현수 타석에서 나왔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선두타자 박동원을 3루 땅볼로 잡아낸 엘리아스는 후속 김현수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경기 두 번째 피안타였다. 타격 직후 전광판에는 김현수가 KBO리그 역대 7번째 개인 통산 3600루타 기록을 세웠다는 메시지가 송출됐다. 엘리아스로선 외면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반응은 의외였다. 김현수를 향해 박수를 보낸 것이다. 이를 본 김현수는 가벼운 목례로 화답했다.
경기 뒤 엘리아스는 구단을 통해 "김현수라는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알고 있었다. 기록의 타이틀을 알지 못했지만, 숫자를 보니 대기록이라는 걸 직감했다"며 "대기록이라고 생각해 축하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루타'라는 한글을 읽을 수 없었지만 3600이라는 숫자를 보고 기록의 무게를 판단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야구장에서 자신을 상대로 안타를 기록한 상대 팀 선수에게 보낸 박수.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20일 열린 경기에서 두 팀은 묘한 기싸움을 펼쳤다. SSG 선발 투수 드류 앤더슨이 5회 희생번트를 기록한 송찬의를 다소 강하게 태그, 이를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자칫 감정이 격해지면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추가 논란 없이 경기를 마쳤으나 21일 분위기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별다른 마찰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엘리아스의 '박수'가 묵직하게 느껴진 이유다.
잠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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