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하게 문란” 김정은 질책 듣고도 1년째 굳건한 北총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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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극심하게 문란하다"며 공개 질책을 받은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였다면 숙청 대상이 됐겠지만 북한 내 김 총리의 역할을 대체할 인물이 없고, 김 위원장의 통치 방식이 다소 관용적으로 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21일 김 위원장은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침수 피해 복구 현장에서 "최근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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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홍수 때 김 위원장 “무책임한 사업태도” 공개 질타
대체 인물 없고, 金 통치방식 변화 분석
지난해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극심하게 문란하다”며 공개 질책을 받은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였다면 숙청 대상이 됐겠지만 북한 내 김 총리의 역할을 대체할 인물이 없고, 김 위원장의 통치 방식이 다소 관용적으로 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리는 지난 18일 패통탄 친나왓 태국 신임 총리에게 축전을 보내며 내각총리 직무를 이어갔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와 평안북도의 피해 복구 지역을 현지 시찰했다는 내용이 노동신문에 보도됐다.
김 총리는 1년 전 홍수 피해 발생으로 김 위원장에게 강한 질책을 받으며 실각 위기에 몰렸었다. 지난해 8월 21일 김 위원장은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침수 피해 복구 현장에서 “최근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고 질책했다. 이어 “내각총리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북한의 최고 핵심 권력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서도 북한 매체에 가장 먼저 호명될 정도로 위상이 높은 인물이다. 당시 김 위원장의 공개 질책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통일부 당국자도 “김덕훈 총리의 인사 동향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인사조치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김 총리는 이런 예상과 달리 1년째 신임을 받는 모습이다. 이는 과거 김 위원장의 통치 방식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 잘못을 저지른 주요 간부들을 숙청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위상과 체제를 공고히 했다. 2013년에는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2015년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했다.
이와 달리 김 총리가 김 위원장의 재신임을 받은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그를 대신할 고급 인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의 인재풀은 특히 경제 쪽에서 그렇게 넓지 않다”며 “김덕훈이 비난을 받긴 했어도 나름대로 김정은 시기에 호흡을 맞춰왔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료를 내쳤을 경우 그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들어오는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북한은 인재풀이 두텁지 않다”며 “업무 역량을 인정받은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그 사람을 계속 기용하는 패턴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지방발전 20×10’ 정책 등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 있는 김 총리를 쉽게 내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지난해 김 총리가 처형위기를 벗어난 배경에 대해 “김덕훈은 남포에 있는 대안전기공장지배인 출신으로 배경이 좋지 않은데 아마도 실력과 충성심으로 이 자리에 올라와 있지 않은가 추정한다”며 “김덕훈을 대신할 대안이 없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가 정립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숙청으로 대내외적인 혼란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반 체제가 불안정했지만 2016년 7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내부에서는 체제가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자기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진 상황에서 엄청난 처벌을 가하기보다 관용적 태도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 역시 “그만큼 체제의 안정성이 있다고 볼 여지도 있고 반대로 숙청이 갖고 오는 불안정성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된다”고 설명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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