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무용축제, 꿈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하기
국내 민간 무용단체가 주도하는 축제의 양대 산맥인 창무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세계무용축제가 늦여름에 잇따라 관객과 만난다. 한국 무용계가 국제적 춤 조류에 밝지 않았을 때 설립된 두 축제는 올해 각각 30회, 27회를 맞았다. 사단법인 창무예술원이 주최하는 창무국제공연예술제는 21~31일 세종시 세종예술의전당,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 개최된다. 해외 초청작 5편을 포함해 24편이 공연된다. 그리고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는 9월 1~14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서강대 메리홀, 은평문화예술회관 등에서 해외 8개국 초청작을 포함해 35편이 공연된다.
두 축제를 각각 창설한 김매자 창무국제공연예술제 집행위원장과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최근 국민일보와 만나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국내외 예술가가 서로 교류하고 시민도 참여하는 ‘축제다운 축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나 극장 대관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늘 타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토로했다.
창무국제공연예술제는 ‘한국 창작춤 대모’로 불리는 김 위원장이 1992년 설립한 창무예술원을 통해 이듬해부터 개최되고 있다. 창무예술원은 새로운 안무가를 발굴하고 무용 관련 교육, 공연 등을 진행하는 무용 기관이다. 김 위원장은 “외국팀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 춤의 위치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세계화하고 싶었다”며 축제 설립 배경을 밝혔다.
이에 비해 시댄스는 1998년 제13차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세계총회 서울 유치를 계기로 창설됐다. 무용평론가 출신으로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인 이 감독은 “한국에서 무용의 위상이 사회·경제적으로 높지 않은 데다 해외 무용계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무용계의 여러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로 축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원래 창무국제무용제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던 창무국제공연예술제는 아시아에서 탄생한 현대무용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일본 부토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등 아시아 무용에 포커스를 맞췄다. 예산 문제로 2007년과 2008년 중단됐다가 2009년 의정부예술의전당과 공동주최하며 부활한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프로그램의 일부를 선보여 왔다. 올해도 축제의 전반부는 세종시로 가져갔다. 김 위원장은 “지역으로 가서 축제가 더욱 많은 관객과 만나길 바란다. 가능하면 매년 야외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넣으려고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비해 시댄스는 현대무용이 발전한 서유럽 작품 초청에 무게중심을 뒀다. 아크람 칸, 테로 샤리넨 등 훗날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안무가들이 일찌감치 한국 관객을 만난 곳이 바로 시댄스다. 특히 한국 무용의 해외 진출 및 해외 무용계와의 협업 등 국제교류를 주도해 왔다. 이 감독은 “최근엔 ‘현대무용의 대중화’라는 진부하면서도 당연한 목표를 위해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완성도 있는 작품들의 프로그래밍에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축제를 이끌어온 두 사람에게 가장 큰 숙제는 언제나 예산이다. 공적 지원도 받지만, 사재로 부족분을 메꾸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적은 예산이지만 축제 안에서 국내외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무용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두고 토론하는 워크숍 프로그램 ‘열린 몸 학교’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감독은 “축제에 대한 공공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무용축제의 경우 한국에서 축제의 모델로 여겨지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나 아비뇽 페스티벌과는 방향성 자체가 다른 만큼 다른 기준으로 평가했으면 한다”면서 “여기에 한국에선 공공이 민간 공연축제를 지원하기보다 가시적 성과를 위해 직접 행사를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두 사람은 최근 축제 외에 한국 공연계에서 의미 있는 일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자신이 번역한 ‘세계무용사’와 집필한 ‘한국무용사’ 개정판을 각각 41년, 29년 만에 내놓았다. 두 책은 무용학도에겐 필수 도서로 꼽힌다. 또 이 감독은 지난해 출범한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의 예술감독을 맡아 공연예술의 불모지로 꼽혔던 부산을 아시아 공연예술 거점 도시로 만드는 일에 나섰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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