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뜨는 산불 헬기…러시아산 고장, 초고가 야간경은 제재 걸렸다
최근 국내 산불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지는 추세지만, 산불 대응 시스템엔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진화 헬기의 주력 기종인 러시아산 ‘카모프’가 낡은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제재 여파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 상당수가 가동 중단 상태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19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이 보유한 카모프 29대 가운데 8대가 부품 부족으로 날지 못한다. 카모프는 산림청이 운용하는 48대의 산불 진화 헬기 가운데 60%를 차지하는 주력 기종이다.
산림청 소유 카모프 가운데 대다수는 러시아 정부가 노태우 정부 시절 빌려 간 총 3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현물로 갚겠다고 하면서 1995년부터 차례로 넘겨받았다. 문제는 고장이 잦아 부품 교체가 필수란 점이다. 최근 5년(2019년~2024년 6월)간 산림청 소유 헬기에서 발생한 197건의 고장 중 169건(87.1%)이 카모프에서 발생했다. 낙하 사고로 폐기된 것만 3대다. 기종이 노후되면서 고장 횟수도 잦아졌다. 산림청이 소유한 카모프의 평균 기령은 24년이고, 두 대는 31년 됐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연평균 국내 산불 피해면적은 1만 185ha(헥타르)로 직전 3년간(2018~2020년) 피해면적(2386ha)보다 4배 폭증했지만, 산림청의 대책 마련은 부실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부품 수급 차질이 예견됐지만, 산림청은 1년 4개월이 지난 지난해 6월에야 해외 헬기 7개 임차 협의에 돌입했다.
야간 산불 진화에 쓰이는 초고가 야간경 NVG(Night Vision Goggle) 15대도 제대로 활용 못 하고 있다. 산림청은 2019~2020년 대당 2000만원씩 주고 미국산 NVG 장비를 수입했는데, 이 장비를 수입 헬기에 적용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미국 국무부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Int’t Trade in Arms Regulations)에 의해 일종의 ‘전략 자산’으로 묶여 있다. 이 때문에 15대나 들여온 NVG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산불 진화 헬기는 국산 수리온 헬기 1대뿐이다.
이만희 의원은 “카모프의 노후화 문제가 심각한데도 산림청은 전면적 교체에 대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세우기 보다 헬기 내부부품만을 교체하는 땜질식 대처를 해왔다”면서 “부품 수급난에도 제때 대처하지 못해 자칫 산불 진화 비행이 불가능해질 위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산불진화 헬기를 대거 새로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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