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상속에 세금 수억"…이재명표 세법, 일괄공제 늘린다

김효성 2024. 8.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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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포럼 '격랑의 한반도,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재명표 세법’이 구체화하고 있다.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말 상속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상속세 일괄공제를 기존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액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도 상속세 일괄 공제액과 배우자 공제액을 각각 5억→7억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낼 예정이다. 두 사람은 이재명 대표 2기 체제에서 정책위 상임부의장을 맡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만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18일 당선 직후 “남편이 사망해서 부인이 집 한 채를 상속받으면 상속세 수억 원이 나와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생긴다”고 한 뒤 이를 추가했다.

민주당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총 공제 한도는 기존 10억원에서 18억원(임광현 안), 15억원(안도걸 안)으로 각각 늘어난다. 서울 평균 매매가(12억218만원·6월 기준) 수준의 아파트를 상속받아도 상속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평균 매매가 이상인 한강벨트 아파트를 상속받더라도 세 부담이 크지 않도록 설계했다”며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중산층 고민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월급쟁이 챙기는 이재명


이재명 2기는 중산층이 많은 근로소득자 세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임 의원은 21일 자녀 기본공제 연령을 현행 20세에서 25세로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 의원은 “청년의 독립이 늦어지면서 부모의 자녀 부양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청년 자녀를 둔 월급쟁이를 위한 지원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근로자 식사대 비과세 한도 상향(월 20만→30만원) ▶맞벌이 부부합산 신용카드 소득공제(연간 500만원)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지난달 발의했다.
지난 1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전환시대 성장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친명계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장기주택저당차입금의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대상 주택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18일 “세금이 중산층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소수의 초(超)부자보다는 다수의 중산층에 혜택을 주려는 세제 개편안이 쏟아지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귀속연도 기준 급여소득자는 2054만4714명이었다. 2022년 20대 대선 유권자 수(4419만7692명)의 46.5%에 달한다.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실거주 1세대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감면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중에 “평생 벌어서 집 한 채 갖고 사는 이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하는 건 심하다”며 완화론을 폈다.


한동훈 ‘금투세 폐지론’ 대응도


이 대표가 시행을 불과 넉 달 앞둔 금투세를 어떻게 손볼지도 관심이다. 이 대표는 전대 과정에서 “금투세 면세 기준을 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자”고 말했다. 원래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하되, 개미투자자가 손해를 덜 보도록 제도를 수정하자는 주장이다. 금투세는 금융소득에 대해 매년 두 차례(6·12월) 국세청이 원천징수하는 방식인데 민주당은 이를 연 1회 확정세액 납부로 바꾸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로 예정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대표 회담에서도 금투세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지난달 당선 이후 1호 과제로 금투세 폐지를 꼽았다. 국민의힘은 22일 금투세 폐지 정책토론회도 연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은 개미투자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금투세 부과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로 극소수”라며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자본시장 건전성을 키운다는 금투세 목적을 국민께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대표가 논의 과정에서 금투세 재유예 카드도 열어놓고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행 여부를 놓고 당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금투세 관련 다양한 의견을 정책 의원총회 등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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