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안 해도 된다" "가족도 족쇄" 관계지옥 해방 외친 日작가
" "일본에선 살인사건 중 약 절반이 가족 간에 일어난다. 가족 사이에도 거리를 두는 게 정답일 수 있다." "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쓰루미 와타루(鶴見済)는 중앙일보와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최근 한국어로 출간된 신간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엔 "가족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자식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최악의 협박" "연애는 안 해도 상관없다"는 말도 등장한다. 부제는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이다. 부지불식간에 나의 확장이라고 여기는 가족마저 결국은 나를 얽매는 족쇄일 수 있다 게 그의 주장이다.
사회 통념에 도전하는 그의 주장은 지금까지 일본에서 100만 부 베스트셀러라는 숫자로 설득력을 입증했다. 올해 60세인 그는 도쿄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 프리랜서 작가로 데뷔, 인간 관계에 천착하는 저서를 다수 냈다. 그가 10대에 겪었던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상처가 출간의 원동력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Q : 한국 역시 가족 중심의 사회다.
A : "어린 시절, 형이 폭력을 휘두르곤 했다. 내가 찾은 답은 형과 관계를 회복하는 게 아니라, 멀리하는 거였다.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지 않았고, 거리를 두면서 평화가 찾아왔다. 가족이라고 해도 적절한 거리를 둬야 한다. 모두가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고, 거리를 두는 선택을 하는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살인 사건의 약 절반이 가족 간에 일어나는 건 이유가 있다."
Q :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는 주장을 했는데.
A : "아이가 있는 것이 싫은 여성은 없다는 식의 사고가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엔 달라지고 있다. 사실, 모두가 느끼고 있었던 것인데 부정하고 억누르고 있었던 생각이다. 아이가 있어도 노후를 보살펴 줄 지는 미지수 아닌가. 노인 돌봄 문제는 자녀 아닌 정부의 행정 지원으로 해결하는 게 좋다. 결혼을 한다고 해도 고독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노후와 고독사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Q : 한국에서도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콘텐트가 인기였다.
A : "인간관계 그 자체가 아니라, 따돌림처럼 타인을 부정하는 인간관계가 나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잃지 않는 관계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그 시선에 갇히는 건 위험하다. 나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인간관계라면, 그 관계에서 멀어지려는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Q : "인생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고 썼는데.
A : "불교에선 '인생은 모두 괴로움'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이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삶이란 원래 괴로운 것이라는 시선이 중요하다.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유럽의 휴머니즘을 받아들였기에 '인간은 선한 존재'라는 사고방식이 주류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Q : 연애 역시 꼭 해야 할 필요가 없다거나, 젊음의 특권이 아니라고 썼다.
A : "'젊은이들만이 하는 것'이라고 인식되는 수많은 것 중에 중장년과 그 이상 역시 누릴 수 있는 것이 엄청 많다. 앞으론 나이에 따른 구별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날이 올 터다."
Q : 어떤 노년을 꿈꾸나.
A : "나이가 든다고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년 역시 힘들다. 강한 척하지 않고, 갈팡질팡하는 노인이 되고 싶다."
Q : 한국 독자에게 당부가 있다면.
A : "정치나 경제, 국제관계 등의 거대한 문제에 대해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라는 문제를 우리는 경시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작 큰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온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마이너스 요소를 없애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우리로서 존재하며 행복해지는 길이다. 나를 지키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좀 더 표현해야 할 때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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