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의외로 닮았다? 대중 지지→당 대표→중도 공략

윤지원 2024. 8.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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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도하는 양당의 중도 공략 싸움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린다. 한 대표는 사회적 격차 해소를 강조하며 ‘좌클릭’을, 이 대표는 상속세·금융투자세 완화 등 ‘우클릭’을 택했다. 25일로 예정된 양자 회담에선 두 사람의 본격적인 중원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 대표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내건 키워드는 격차 해소다. 그는 19일 “파이를 키우는 정책, 그리고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을 똑같이 중시하고 실천하겠다”며 당 특별기구인 ‘격차 해소특별위원회’ 설치를 예고했다. 위원장으로는 당내 최다선(6선)이자 과거 민주당에 몸담았던 조경태 의원을 임명할 계획이다. 조 의원은 최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지난 15일)이라거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무조건 포퓰리즘이라고 볼 게 아니다”(지난 1일 의원총회) 같은 메시지를 내왔다. 당에선 “위원장 인선부터 중도 클릭”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표는 18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부터 “지속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전통적인 보수 의제인 성장을 언급했다. 21일 단행한 당직 인선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이 대표는 정책위 상임 부위원장에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의원을 임명했다. 임 의원은 ‘이재명표 세제 개편’을 주도하는 인물로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액을 상향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선 주자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두 대표가 중도 경쟁을 벌이는 모습에 정치권에선 “각각 특수통 검사와 지자체장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지만, 의외의 유사성을 보인다”(국민의힘 관계자)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당내 인적 네트워크보다 대중 지지에 기반을 둔 모습도 공통점으로 거론된다.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확정 된 뒤 두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전민규 기

‘변방 사또’로 불렸던 이 대표는 2022년 3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3개월 만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고, 두 달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77.77% 득표율로 당대표가 됐다. 이후 강성 당원 지지를 업고 당을 빠르게 장악해 지난 총선에선 ‘비명횡사’ 공천을 주도했다. 18일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하자 “중앙정치 2년여 만에 ‘이재명의 일극 체제’를 완성했다”(민주당 관계자)는 말이 나왔다.

한 대표는 총선 참패 책임으로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3개월 만에 보수당 역대 최다 득표율(62.8%)로 여당 대표가 됐다. 최근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지난 총선 당시 ‘사천 논란’을 불렀던 유일준 전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을 재기용하자, 정치권에선 “이재명이 공천관리위원회 등에 외부 인사를 넣었던 것과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친윤계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16일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걸 보면 당무에 있어서 한동훈 대표의 롤모델은 이재명 대표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임을 축하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뉴스1


대중 지지를 기반으로 당 주류 세력의 비토를 돌파하는 점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20일 국회 정문 앞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치층인 이른바 ‘개딸’들이 “당 대표 연임을 축하한다”며 보낸 화환이 줄을 지었다. 한 대표 역시 총선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을 당시 비슷한 응원 화환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정치인이 민심에 반응하고 또 이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얻어 세력을 키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팬덤 정치가 마냥 나쁘다고 할 게 아니라, 이제는 분명한 흐름이 됐고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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