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무매너’, 폭염과 함께 없어졌으면

남호철,문화체육부 2024. 8. 2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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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2일은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 입추와 백로 사이에 있는 처서(處署)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의 그 절기다.

평균 해발고도가 902.2m로 최근 10년간 열대야가 단 3차례만 발생하고 6∼8월 여름철 평균기온이 22.2도에 불과했던 '무(無)에어컨 도시' 태백에까지 폭염이 침투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더위가 가시고 선선해지는 '처서 매직'이 늦게나마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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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오늘 22일은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 입추와 백로 사이에 있는 처서(處署)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의 그 절기다. 이때가 되면 여름철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날씨가 선선해지므로 극성을 부리던 모기의 기세가 약해지는 현상을 표현했다. 여름의 끝을 알리는 절기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침부터 밤까지 펄펄 끓는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기록을 경신 중이다. 낮에는 최고기온이 30도 중반이거나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푹푹 찌고 야간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밤잠을 설치는 피곤함이 계속되고 있다. 에어컨이 없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다.

한여름 대표적 피서지로 꼽히는 고원 도시 강원도 태백시도 예외는 아니다. 평균 해발고도가 902.2m로 최근 10년간 열대야가 단 3차례만 발생하고 6∼8월 여름철 평균기온이 22.2도에 불과했던 ‘무(無)에어컨 도시’ 태백에까지 폭염이 침투했다.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태백에서 최근 에어컨 설비 업체가 가장 바쁜 직종이 될 정도로 ‘폭염 프리존’은 옛말이 됐다. 역대급 더위에 이미 휴가를 다녀온 이들이 많다. 휴가 행태도 다양하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계곡이나 해수욕장으로 가는 것이 대세였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휴가지에는 바가지요금이 들끓었다. 요즘에는 외국 여행이 일반화되고, 호캉스(호텔+바캉스) 등 신종 피서법이 생겨나면서 해수욕장이나 고속도로가 한산할 정도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연안에 해파리 떼가 들끓고 있는 데다 땡볕으로 나가면 ‘사서 고생’이란 생각도 발길을 줄인 요인이다. 대신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되는 서점과 쇼핑몰, 백화점, 영화관, 마트 등은 밤낮 가리지 않고 더위를 피하려는 인파로 넘쳐난다.

비접촉이 미덕이었던 코로나19 이후 나만의 캠핑·차박 등도 많이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피서지에서의 꼴불견은 뜨거운 날씨 속에 더욱 ‘열’받게 만든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캠핑족들이 점령한 대관령휴게소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글과 캡처 사진이 게재됐다. 차박·캠핑 성지로 불리는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가 일부 차박·캠핑족의 몰상식한 행태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대관령휴게소는 해발 830m에 있는 고지대라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아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다. 1971년 기상 관측 이래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 일수는 단 하루도 없어 피서지로 인기다. 특히 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역시 나타난 적이 없어 더위를 피하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더위 피난민’들로 인근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주차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수십 대의 캠핑카가 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동력장치가 없는 카라반의 장기간 ‘알박기’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곳을 찾은 차박·캠핑족들이 휴게소 화장실에서 물을 무분별하게 쓰면서 화장실 이용 제한 안내문까지 붙었다. 이 휴게소는 지하수를 쓰고 있어 수량이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물을 한꺼번에 많이 쓰면 다시 물을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물 부족에 따른 피해는 휴게소에 입점해 있는 14개 상점으로 돌아간다. 지하수를 모터 펌프로 끌어 올리는 데 사용되는 전기요금도 늘어나고, 쓰레기 처리에 애를 먹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름의 끝자락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더위가 가시고 선선해지는 ‘처서 매직’이 늦게나마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물러가는 더위와 함께 휴가지 등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도 사라지게 하는 ‘마술’도 함께 왔으면 좋겠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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