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친정 킬러’ 이탄희가 부른 나비효과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 판사 임용 시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이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었던 만큼, 누구나 법안의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다.
반전은 회의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표결 직전 “사법 시스템에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토론에 나섰다. “필요 경력을 5년으로 줄이면 법원은 시험성적 좋은 사람들을 입도선매하고, 대형 로펌은 이들을 모시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며 “법원을 점점 더 기득권에 편향되게 만들고, 전관·후관 예우가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안의 이른 본회의 상정을 두고도 “법원행정처 현직 판사들의 입법 로비 때문”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법안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취지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의 거침없는 주장에 민주당 의원들도 흔들렸다. “형사사건 처리 일수가 2010년 104.7일에서 2020년 161.3일로 증가했다. 민사 1·2심도 138.3일에서 171.9일로 늘었다”는 같은 당 의원(홍정민)의 찬성토론도 힘을 못 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기권표 속출에 결국 법안은 4표 차로 부결됐다. 언론에선 이 의원을 ‘친정(법원) 킬러’라고 불렀다. 다만 국회가 그해 12월 법관 최소 법조경력 7년 확대를 3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부결 효과가 직접 나타나진 않았다.
그 후 3년이 지났다. 법조계에서 이 의원이 우려한 나비효과를 언급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서울법대·사법연수원으로 이어지는 공고한 스크럼이 현행 로스쿨 제도에선 작동하기 어렵다는 게 오히려 중론이다. 당시 법안이 졸속으로 심사됐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법안소위·전체회의 회의록을 보면 “경력 5년의 어린 판사에게 재판받는 게 법조일원화 취지에 반한다”는 우려, “경력 10년이 넘는 유능한 파트너 변호사가 수입을 대폭 줄여 배석판사로 지원하겠느냐”는 현실론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결국 민주당은 최근 법관 최소경력을 5년으로 못 박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판지연 문제는 그사이 훨씬 심각해졌다. 2020년 369.9일이 걸리던 민사합의부 1심 판결은 2022년 420.1일이 걸렸다. 불구속 형사사건 1심도 2020년 194.2일 소요됐지만 2022년엔 223.7일이 걸렸다. 이젠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판사 증원법 통과도 속도를 낼 때가 됐다.
한영익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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