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세줄일기' 배준호 대표

권혁재 2024. 8. 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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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세 줄만 쓰세요…자신을 찾게 됩니다"


권혁재의 사람사진/ 배준호
“그냥, 하루에 세 줄만 써봐.”
이는 ‘세줄일기’ 배준호 대표의 아내가 한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떠난 400일의 세계 여행길에서
그는 매일 일기 쓰기로 끙끙거렸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내의 한마디로 인해 그는 끙끙거림에서 벗어났다.

이후 그는 딱 세 줄로 쓴 일기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 세 줄에 열띤 공감과 공유는 물론이거니와 출판 제의까지 밀려들었다.
이때 그는 출판보다 콘텐트를 만들기로 했다.
이른바 ‘세줄일기’ 플랫폼이었다.

이는 끙끙거림에서 벗어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와 공유하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앱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세줄일기’에 가입한 이용자는 한장의 사진과 세 줄로 쓴 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른바 나의 속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세줄일기’인 게다.

배준호 대표가 미국 실리콘밸리 IR 피칭 대회에 참가했을 때였다. 투자자 중 아무도 그에게 돈을 어떻게 버는지 묻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오히려 투자가에게 되물었다. 어떻게 돈 버는지 왜 묻지 않냐고... 그때 한 투자자의 답이 ″난 당신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궁금하지 않다. 난 당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만 궁금하다.″ 였다. 배 대표는 이 투자자의 답에 '세줄일기'가 가야 할 길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일기인데 남과 공유하는 게 가능하냐는 궁금증이 인다.
그의 입으로 들려준 답은 이러하다.
“8월 26일부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세줄일기’ 전시를 합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 30명이 모여 일기를 같이 쓰고, 공유하고,
마음을 나눈 프로그램 결과를 전시하는 거죠. (9월 30일까지)
이 부모들이 함께 전시하고, 책을 내는 데 동의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가 “세상이 우리를 너무 몰라준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아무도 몰라주는 전시회’라는 주제로 전시합니다.
사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어머님들의 삶은 없거든요.
그런데 '세줄일기'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제게 고맙다고 합니다.
자기 삶을 찾았다면서요.”

″충분히 좋아질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같이 곁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함께 잘 이겨내 봐요. 힘들 땐 언제든 연락하세요.” 이는 희귀 난치병인 당원병을 앓는 배 대표의 아들을 담당하는 원주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윤구 교수가 한 말이다. 배 대표는 ″당시 절망에 빠진 저를 일으켜 준 건 제가 아닌 제 곁의 누군가였습니다″라 말한다. 이렇듯 그도 누군가의 곁이 되고자 하는 게다. 바로 '세줄일기'로...


결국 세 줄로 쓴 삶의 이야기가 잃었던 자신의 삶을 찾는 일이 된 터였다.
이 모두 일기를 공유하는 데서 비롯된 게다.

이렇듯 일기를 공유하는 '세줄일기' 앱 가입자가 무려 150만 명에 이른다.
이는 결국 매일 세 줄로 써내려간 '배준호의 삶'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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