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41) 천지 몇 번째며

2024. 8. 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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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천지 몇 번째며
조찬한(1572∼1631)

천지 몇 번째며 영웅은 누구 누고
만고 흥망이 수유 잠의 꿈이로다
어디서 망녕의 것은 노지 말라 하나니
-병와가곡집

문제가 없는 시대란 없다
천하의 임자가 바뀐 것이 그 몇 번째며, 영웅이라고 일컬어지던 사람은 누구누구던가? 오랜 세월 흥하고 망한 일도 잠시 든 잠의 꿈과도 같다. 그런데 놀지 말라고 하는 존재, 벼슬을 권하는 사람은 망령된 것이 아닐 것인가?

조찬한(趙纘韓)은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선조 39년에 과거에 급제하여 예조참의와 상주목사를 지냈고, 인조 반정 후에는 형조참의, 선산부사를 지냈다. 이런 시대 배경이 도피와 향락의 허무주의에 흐르게 했을 수 있다.

이는 삼국지연의의 서시 “곤곤장강동서수(滾滾長江東逝水) 도도히 흘러 동으로 사라져가는 장강 물이여/낭화도진영웅(浪花淘盡英雄) 물보라가 영웅들을 다 쓸어갔네/시비성패전두공(是非成敗轉頭空)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도 돌아보면 허무한 것/청산의구재(靑山依舊在) 청산은 예나 다름없건만/기도석양홍(畿度夕陽紅) 저녁놀은 몇 번이나 붉었었던고”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문제가 없는 시대란 없었다. 여기에는 불가항력적인 문제도 있고, 개인이 자초하는 문제도 있다. 시대를 사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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