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가전략 빅픽처…TSMC 유럽 1호 공장 독일서 기공식 열었다
TSMC 독일 공장 기공식
21일 TSMC와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의 유럽 합작회사인 ESMC는 전날 독일 드레스덴에 첫 반도체 팹 기공식을 열었다. ESMC 지분은 TSMC가 70%, 유럽 반도체 고객사인 보쉬·인피니온·NXP 3개사가 각 10%씩 보유했다. 올해 말부터 이곳에 12~28㎚(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팹을 건설해 2027년 말부터 차량용·산업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총 100억 유로(약 14조8900억원) 투자 비용 중 절반이 유럽연합(EU) 보조금이다. 기공식에 참석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늘 50억 유로(약 7조4500억원) 보조금을 승인하고 왔다”라며 “유럽은 안정적인 현지 공급망과 맞춤형 신제품을 얻게 됐고, TSMC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생산 다각화와 유럽 시장 접근성을 얻게 됐으니 윈윈”이라고 말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자동차 및 산업 분야의 반도체 요구를 충족하며, 유럽 고객과 파트너들에게 TSMC의 첨단 제조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인피니언·NXP·보쉬 최고경영자(CEO)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참석했다.
TSMC는 그동안 대만 외에는 중국 난징(12~28㎚)과 상하이(110~350㎚)에 구공정 반도체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7.4조 보조금 받은 TSMC…대만 ‘소부장’ 데리고 유럽행
TSMC의 해외 생산 기지 구축은 대만 정부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장관은 “독일·프랑스·호주 등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TSMC 좀 우리나라에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라고 말해 왔다. 대만 정부는 이를 중소기업을 해외에 내보내는 기회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 업체 창업자 출신인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 장관은 취임 직후 “TSMC 같은 대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중소기업도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해외 제조 단지를 설립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개별 중소기업이 뚫을 수 없는 해외 시장의 벽을 TSMC와 정부의 등에 올라타 넘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궈 장관은 체코·일본·미국 3곳을 해외 제조단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 중 대만에 매우 우호적이면서 독일 드레스덴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체코로 소부장 업체를 진출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TSMC의 3나노급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고객사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을’이면서도 가격 결정권을 가진 비결이다.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고객사에 3·5나노 파운드리 가격을 3~8%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TSMC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자동차용 반도체나 이미지센서 같은 비(非) 첨단 반도체 점유율도 더 늘리려 한다. 일본 소니 근처의 구마모토, 독일 보쉬 근처의 드레스덴에 생산기지를 짓는 배경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61.7%, 삼성전자가 11.0%를 차지하고 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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