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돌아온다, 뭐라도 하자” 전사처럼 외친 미셸 오바마

강태화 2024. 8. 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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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 찬조연설자로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왼쪽)과 미셸 오바마가 연단 위에서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뭐라도 하자(Do something)” “그녀는 할 수 있다(Yes, she can)”.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를 가득 메운 2만여 명의 당원은 민주당 ‘전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부부와 함께 행사장이 떠나갈 정도로 이렇게 외쳤다. 그들의 목소리엔 반드시 ‘트럼프 속편’을 막아내겠다는 절박감이 묻어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찬조연설에서 “우리는 누가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인지 결정하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며 “확실한 건 트럼프는 이 문제로 밤잠을 설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목적은 권력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이미 그의 영화를 봤고, 속편은 더 나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20일 행사장인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를 가득 메운 당원들은 오바마 부부에게 환호로 화답했다. [AFP=연합뉴스]

오바마는 이어 “우리 임무는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것”이라며 “아직 우리 후보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스 쉬 캔(Yes, she can)”을 외쳤다. 첫 미국 흑인 대통령 당선을 실현한 2008년 대선 당시 선거 슬로건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재소환한 그의 외침에 당원들도 일제히 ‘예스 쉬 캔’을 1분 가까이 따라 외쳤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역시 미셸 오바마였다. 연단에 오른 미셸은 민주당 ‘전사’ 그 자체였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 연설 때 푸른색 원피스를 입었던 미셸은 이번엔 소매 없는 검정 바지 정장을 전투복으로 선택했고, 그의 발언은 신랄했다.

미셸은 트럼프가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고, 여성의 자기 몸 통제 권리와 불임시술 권리를 빼앗아 가려 하고, 교육부를 폐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트럼프의 정책과 발언들은 “우리를 협량하게(go small) 만들 뿐이며 결코 답이 아니다”며 “이는 오히려 찌질함이고, 건전하지 않고,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답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카멀라 해리스(왼쪽)-팀 월즈 후보는 이날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경합주인 미시간주 밀워키에서 맞불 유세를 했다. [AFP=연합뉴스]

미셸은 이어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낙관하다가 결국 패했던 2016년 대선을 소환하면서 11월 대선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불평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Do something)”고 외쳤다.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Hope is making a comeback)”고도 말했다. 연이은 미셸이 던진 질문에 “뭐라도 하자”는 당원들의 대답은 점점 커졌고, 행사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미셸은 또 “이 나라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더 높이 나가자(go higher)”며 2016년 대선 당시 지원 연설에서 “그들이 저급하게 나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트럼프 지지를 철회한 인사들이 연단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의 실체를 알려 온건한 공화당 지지층을 이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맡았던 스테퍼니 그리셤은 “나는 단순한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라 신봉자였고, 트럼프 가족은 내 가족이기도 했다”고 말한 뒤 “어느 날 병원 중환자실을 방문했을 때 그는 카메라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그는 공감 능력은 물론이고 도덕과 진실성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경합주 중 하나인 애리조나주 메사의 현직 시장인 존 자일스는 “나는 평생 공화당원이지만, 지금의 공화당보다는 이 자리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며 “극우 성향인 트럼프가 공화당을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애리조나 출신 보수의 거두인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언급하며 “매케인이 말했던 당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공화당이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멀라 해리스-팀 월즈 팀은 이날 전당대회와는 별도로 대표적인 경합주이자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했다. 장소는 트럼프 대관식이 열렸던 파이서브 포럼이었고, 체육관의 수용인원 1만5000명을 꽉 채웠다. 트럼프를 자극하는 동시에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흔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카고=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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