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銀' 박혜정 "감독님, 고민만 하고 사인 안 해…아쉬웠다"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에서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며 은메달을 획득한 박혜정이 용상 3차 시기 코치진의 치명적인 실수를 언급하며 "아쉬움이 남는 경기"라고 말했다.
박혜정은 21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용상 1, 2차를 성공하고 동메달을 확보한 상황에서 장비도 착용하지 못한 채 경기장에 들어섰다. 어떤 상황이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혜정은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대회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차 123㎏, 2차 127㎏, 3차 131㎏을 차례대로 성공했다. 그는 용상에서도 1차 163㎏, 2차 168㎏을 연이어 성공하며 동메달을 확보한 상태였다.
박혜정이 용상 3차 시기에 173㎏을 신청하자 리원원(중국), 박혜정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던 에밀리 캠벨(영국)이 174㎏을 써냈다. 전용성 감독, 박종화 코치 등 역도 대표팀 코치진은 박혜정의 신청 무게를 더 올릴지 고민하다가 무게 변경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이날 박혜정은 "코치님, 감독님도 메달 싸움이다 보니까 긴장하시고 신경 쓸 게 많으셨던 것 같다"며 "(시합에서) 선수는 시기 수와 시간을 체크하지 못한다. 코치진이 해주시는 게 당연한 것인데, 감독님이 '3차는 도박처럼 해보자' 고민만 하시고 사인을 안 하셨다"고 전했다.
당시 코치진이 3차 시기를 앞두고 대기 중인 박혜정을 다급하게 부르며 '야 혜정아 바로 들어가', '그냥 들어가'라고 하자 박혜정은 손에 마그네슘 가루도 묻히지 못한 채 6초를 남겨두고 플랫폼에 올랐다. 박혜정이 바벨을 잡아 든 순간 남은 시간은 불과 2초였다.
제대로 된 호흡을 하지 못하고 급하게 바벨을 들어 올린 박혜정은 어깨까지 받쳐 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에서 바벨을 놓치며 3차 시기를 실패했다.
박혜정은 "저도 놀랐다"며 "179㎏을 하기로 했는데 제 이름이 불렸다. 뛰어가라고 해서 뛰어가면서 벨트를 차고 마그네슘 가루도 안 바르고 준비자세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몸도 좋았고 기구도 가벼웠다"며 "만약 촉박하지 않았으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박혜정은 이번 대회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으로 자신이 보유한 합계 한국 기록(종전 296㎏)을 경신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것이 파리올림픽 목표였다"며 "용상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처럼 잘 해나가다 보면 세계신기록도 깰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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