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막대한 R&D투자 성과 낮아‥여성참여·다양성 늘려야"
2020년 이후 4년만에 나온 R&D 분석
여성 참여 늘리고 국제 협력 다변화, 해외 인력 확대 지원 방안 마련해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4년 만에 한국판 특집을 내놓으면서 한국의 연구개발(R&D)이 투자 대비 성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투자 대비 성과가 낮다는 '코리아패러독스'가 국제적으로도 확인된 셈이다. 네이처는 한국의 출산율이 줄어들고 이공계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협력과 여성 참여를 늘려 과학계에서의 한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요인을 회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네이처는 21일 산하 연구 데이터 분석 기관이 발간하는 '네이처 인덱스 2024년 한국판 특집(Nature Index 2024 South Korea)'을 게재했다. 2020년 이후 4년여만이다.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회원국 중 정부 예산 중 R&D 지출 증가율이 최상위권이었다. 이는 2007년 이후 2022년까지 지속적인 R&D 지출 증가를 기록한 때문이었다.
문제는 투자에 따른 성과다. 네이처 인덱스가 자연과학 분야 최상위 논문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을 집계해 인구 수로 나눈 지표를 토대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한 결과,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5% 가까이를 R&D에 투입하고 있음에도 이 지표는 30 정도로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벡 크루 네이처 인덱스 수석 에디터는 이번 한국 특집호 서문에서 "한국은 다른 주요국가에 비해 인구당 연구자 비율이 높고 R&D 지출도 막대하지만 네이처 인덱스가 측정한 연구 지출 대비 연구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진단했다.
네이처는 한국 과학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로 인구 감소, 성별 불균형 등과 함께 연구 혁신 허브로서의 위상 유지, 산업과 학계 간 연계의 흔들림 등을 꼽았다. 크루 수석 에디터는 한국의 산업계와 학계의 관계가 다소 흔들리고 있고, 세계 최저 출산율과 학생 수 감소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네이처는 이런 약점이 혁신 잠재력을 재점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연구인력 중 23%에 불과한 여성의 경력 중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학 분야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꼽았다.
또 한국 연구자들이 기존 협력국인 미국과 중국 외에도 더 많은 협력을 바라고 있다며, 외국인 연구자들이 장기적으로 한국에 머무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은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등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네이처는 분석했다. 크루 수석 에디터는 이런 문제들이 대학과 기업의 인재 채용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크루 수석 에디터는 "한국의 과학에 대한 강한 투자와 기술 혁신에 대한 명성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지출과 성과 간의 불일치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다양한 국제 파트너십을 육성하고 연구 분야에서 여성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한국은 과학 커뮤니티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글로벌 과학 리더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평가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이번 평가가 기초과학분야에만 치중돼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대학, 과기원들이 기초과학 외에 엔지니어링이나 공학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도 이번 발표에 대해 호라이즌 유럽이나 브레인 풀과 같은 국제적인 협력 노력도 설명하고 있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분석이 포함된 만큼 부정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이번 특집호에는 2023년 네이처 인덱스가 선정한 한국의 상위 50개 연구 기관 순위가 포함됐다. 서울대가 1위를 기록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출연연 중 국제협력을 주도 중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은 6위에 올랐다. IBS가 운영 중인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이번 특집호에 사진과 기사로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연구협력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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