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서 "밥값 다 내겠다"…정의선이 요청한 비밀 임무
■ 추천! 더중플 - 정의선 연구
「 현대가의 장손, 정주영의 손자 정의선 회장은 ‘경영자 정의선’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승부수를 기아에 걸었습니다. 기아 ‘K 시리즈’의 성공으로 테이프를 끊은 정의선 체제의 현대차그룹은 세계 3위(판매량 기준) 자동차 기업이 됐습니다. 자동차 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준비하는 그는 “현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이더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경영자 정의선과 현대차그룹의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정의선 연구’(www.joongang.co.kr/plus/series/23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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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어느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기아 사장)은 전화기를 들었다. 수신자는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소비자가 사고 싶어 할 만한 차 이름을 뇌 과학의 힘으로 찾아주세요. 원하는 방향도 선입견도 없습니다.”
정 교수에겐 신선한 도전이자 부담이었다. 그는 일단 당시 인기 차종들의 이름부터 살펴봤다. 알파벳 한 글자와 숫자를 붙여 이름을 만드는 트렌드를 확인했다. 파격도 좋지만 기존 소비자에게 익숙한 틀을 무시해도 안 된다고 봤다. 그리고 잠재 소비자군을 정해 그들의 머리에 뇌파 측정 장치를 붙였다.
사례금 15만원, 고소득층 섭외 고충
정 교수팀은 ‘어떤 글자를 기아의 신차에 붙이면 좋을까요’라고 물은 뒤 뇌파의 반응을 측정했다. 사람이 말로 대답을 하면, 그 과정에서 각종 왜곡이 일어난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까’를 고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즉각적인 뇌신경과학적 변화를 측정해 보는 건 이례적인 도전이었다.
참가자에겐 15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사례비로는 고소득층을 실험실로 끌어들이기는 어려웠다. 정 교수팀은 장비를 서울 이태원의 고급식당 한켠으로 들고 가 직접 실험 대상자를 섭외하는 방법까지 짜냈다. 테이블을 돌며 “한 분만 20분 정도 실험에 참여해주시면 식사비를 다 계산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게 35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마쳤다.
그 결과로 탄생한 이름이 K7이다. 알파벳 K와 숫자를 붙인 K시리즈의 시작이다. K7은 출시 이듬해인 2010년 연간 4만2446대가 팔려 준대형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얻은 K7(현 K8)의 성공은 K5(2010년)→K9(2012년 5월)→K3(2012년 9월)로 확대돼 지금의 기아 대표 라인업이 됐다.
정 회장은 가속페달을 더욱 밟았다. 스포츠유틸리티(SUV) 라인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자 이제 여세를 몰아봅시다. 카니발ㆍ스포티지는 SUV니까 ‘KV00’로 바꿔보죠.”
임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기아의 세단들이 시장이라는 링에 오를 때마다 쓰러진 건 사실이었지만, SUV만큼은 ‘기아맨’들이 실패했다고 하기 어려운, 대표 상품군이었다.
임원진은 정 회장 앞에서 판매 기록을 강조하기로 했다. 당시 기아의 SUV와 승용 밴(CDV)은 현대차의 SUV 라인보다 10만~20만대씩 더 많이 팔렸다. 기아 스포티지·쏘렌토·모하비·카니발 덕분이었다.
“실적이 좋은 상품까지 이름을 바꾸면 오히려 쌓아둔 인지도가 다 날아갈 수 있다”는 직언에 정 회장의 답은 간단했다. “그렇겠네요. 알겠습니다.”. 참모들의 반대를 반기로 취급하지 않고 데이터에 따라 판단했다.
그렇게 제품 진영을 갖춘 기아는 분기마다 실적 신기록을 내고 있다. 기아의 도전은 전기차 EV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변화와 성공에 대한 꾸준한 믿음은 정 회장이 그룹 내에서 강조하는 자질이다. 그는 올해 신년회에서 “허약한 체질은 쉽게 쓰러지고 작은 위기에도 흔들리지만, 건강한 체질은 큰 난관에도 중심을 잡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회사도 건강한 체질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최고급 식당서 “밥값 다 내겠다”…뇌과학자가 만든 K7 반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6640
■ '정의선 연구'로 보는 CEO 정의선의 과거와 미래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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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해?” 이런 부친 설득했다…가문의 금기 깬 정의선 고집
세계 시장에서 저가 소형차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정의선 회장은 제네시스의 독립 브랜드화를 구상했습니다. 문제는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을 설득하는 것이었죠. 경청과 함께 설득도 경영자의 덕목입니다. 그는 어떻게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까요.
www.joongang.co.kr/article/25261734
▶늘 말 없던 정의선, 때가 왔다…자율주행 살린 ‘그날의 반격’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ㆍ기아는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해외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그런 가운데서도 정 회장은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꿈꿨습니다. 그럴때마다 아버지의 참모들 앞에서 판판이 깨졌지만요. 그래도 그에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선이 있었습니다. 그 기회의 순간을 소개합니다.
www.joongang.co.kr/article/25263370
▶왕회장은 노조 손 덥석 잡았다…美노조 다룰 정의선 스타일은
“막상 해보니 제일 어려운 게 노조 대응이더라”. 그는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할아버지 정주영 회장 시절 노조 대응과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공정도 바뀌고, MZ세대 조합원도 생겼습니다. 미국 공장에서도 노조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노조 대응은 그의 숙제입니다.
www.joongang.co.kr/article/25266656
▶정의선 “대기업병 버립시다”…현대차 급제동 건 EV9 사건
할아버지 시절 현대차는 한국 정부의 규제만 고려하면 되던 때였습니다. 이제는 각 정부의 규제를 뚫고 협력을 얻어내는 게 정의선 회장 앞에 놓인 과제입니다.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자율주행 데이터 활용, 미래항공 모빌리티(AAM)도 각국 정부의 협조와 동참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할아버지와 다른 방식의 도전과 해법, 그것은 무엇일까요.
www.joongang.co.kr/article/25260089
▶현차 무기는 세계 최고 기능공…그게 IT 인재 영입 발목 잡는다
여느 CEO가 그렇듯 정의선 회장에게도 양질의 인력이 모든 사업의 시작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전환을 하고, 종합 모빌리티 기업을 목표로 삼으면서 IT(정보기술) 인력이 절실해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내연기관 시절 굳어진 보상체계가 그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기계공학 VS 전자공학’로 상징되는 현대차 신구 세력 갈등 또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그 해결의 실마리를 확인하세요.
www.joongang.co.kr/article/25268296
」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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