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닐 컨테이너’…K-이주노동자, 낯뜨거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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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2시쯤 경기 포천시 가산면 한 채소 농가.
캄보디아와 네팔 등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애호박을 수확하고 있었다.
2020년 12월 겨울 한파 속 난방이 되지 않는 컨테이너에서 캄보디아 출신 속헹씨가 동사한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거주권 문제가 대두됐다.
실제로 이날 가산면 일대에선 검은 비닐을 뜯어낸 곳에 앙상한 골조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컨테이너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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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2시쯤 경기 포천시 가산면 한 채소 농가. 캄보디아와 네팔 등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애호박을 수확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40도에 육박했다. 노동자들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이들이 수확한 채소들은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으로 출하된다.
이들이 애호박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사이 사이로 회색이나 검은색 비닐로 덮인 공간이 눈에 띄었다. 그 안에 불법가건물인 컨테이너가 있었다. ‘E-9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는 기숙사다.
공장 등에서 쓰고 남은 오래된 컨테이너를 농가로 옮겨와 골조를 설치하고, 비닐을 씌워 만든 것이다. 창문 하나 없는 컨테이너 내부는 어두컴컴했다. 지열을 받아 달아오른 열과 빠져나가지 못한 습기가 가득했다.
컨테이너에는 11명의 노동자가 산다. 내부에 가벽을 세워 방을 만드는 식으로 생활 공간만 분리해 놓은 상태였다. 한 컨테이너 앞에는 생활쓰레기가 놓여 있고, 그 위로 젖은 빨래가 널려 있었다. 컨테이너 내부는 환기가 불가능해 빨랫대와 쓰레기를 숙소 앞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간이 숙소 내부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숙소 안에는 인근 지하수를 끌어와 쓰는 세면대 정도만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용변을 보기 위해선 건물 밖으로 나가 근처 간이 화장실로 가야 했다. 잠금장치도 전등도 없는 화장실은 풀이나 천으로 가려놓은 재래식 변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바닥에 구멍을 뚫어놓고 고무대야를 박아 놓은 형태였다. 행인이 화장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구조였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여건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12월 겨울 한파 속 난방이 되지 않는 컨테이너에서 캄보디아 출신 속헹씨가 동사한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거주권 문제가 대두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듬해 1월 불법 가건물을 이주노동자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주에게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업무지침을 내렸다. 지침에는 불법 건물에 거주 중인 노동자가 희망할 경우 사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사업장을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지침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나도록 컨테이너 기숙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침은 농장주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가설 건축물 축조 신고필증’을 제출하면 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 숙소를 제공해도 된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불법가건물에 살며 매달 20만원가량의 숙식비를 월급에서 떼어 내고 있었다.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 등은 주거권 운동의 일환으로 불법가건물을 발견하면 지자체에 철거조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가산면 일대에선 검은 비닐을 뜯어낸 곳에 앙상한 골조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컨테이너를 볼 수 있었다. 한창 철거 중인 불법가건물도 있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사업장 내부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자발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불법가건물 철거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며 “이주노동자 공공기숙사 확충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천=글·사진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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