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파산해 필리핀 노숙자 됐던 황기순…22년째 뭐 하나 봤더니

거리모금 성금 2760만원 전달해

원정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필리핀에서 노숙자 생활까지 했던 개그맨 황기순(60)이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 22년째 거리 모금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근황이 전해졌다.

개그맨 황기순. [이미지 출처=아시아경제 자료사진]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홍보대사인 개그맨 황기순과 가수 박상민이 '사랑더하기' 공연으로 2767만6200원을 모금해 지난 19일 사랑의 열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랑더하기'는 황기순이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일주해 모은 성금으로 장애인 단체에 휠체어 52대를 기부한 데서 시작한 자전거 국토대장정 모금 행사다. 이후 연예인들의 재능기부 공연을 통한 버스킹 및 현장 모금 행사로 이어지면서 올해 22회째를 맞았다. 황기순은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된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자전거 국토대장정과 길거리 재능기부 미니 콘서트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성금을 모금해 전달해왔다.

사랑의열매 '사랑더하기' 모금액 전달식 [사진출처=연합뉴스]

올해 거리 모금에는 배우 김성환, 가수 조항조, 진성, 진미령, 남궁옥분, 강진 등도 동참했다. 이번에 전달된 성금은 해외 장애아동 이동형 유모차 지원과 연말 연탄 나눔에 사용될 예정이다.

황기순은 "사랑더하기가 22회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해준 동료들과 선뜻 손을 내밀어주신 시민들이 있어 가능했다"며 "20여년을 넘게 이어온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모금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황기순은 1980년대 데뷔 후 "척 보면 앱니다~"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키며 국민적인 인기를 누린 개그맨이다. 하지만 1997년 필리핀으로 원정 도박을 하러 갔다가 파산하고, 한동안 현지에서 노숙자 생활을 했다. 2000년 지인들의 도움으로 귀국한 그는 국내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재기에 성공해 도박중독 방지 캠페인 등에 앞장서고 있다. 거리 모금 등 봉사활동에도 진심을 다해 2005년에는 보건복지부장관 이웃돕기 표창을 받았으며, 당시 김근태 장관으로부터 '패자부활전에서 성공한 삶'이라는 평을 들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