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영끌 없지만, 수도권 쏠림 지속… 집요한 공급시그널 필요”
서울을 필두로 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집값 상황을 “안정적”이라 평가하며 “추세적 상승전환은 어렵다”고 봤지만, 수도권 아파트값이 매주 상승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지난 8일 향후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호를 공급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국내 손꼽히는 부동산 전문가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패닉바잉이나 전국적 영끌 현상 재현은 쉽지 않다”면서도 “수도권 수요 쏠림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에 대해 “단기간 가용할 수 있는 주택공급 방안을 총동원하고 올해 인허가가 급감한 도심 내 비(非)아파트 공급으로 전셋값 안정을 꾀한다는 면에서 일정 부분 정책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강력한 대책이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요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공급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간략히 짚어본다면.
“서울 아파트 매매는 3~5월 각 4000건을 넘어섰고, 7월은 8000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보다 가격과 거래량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신고가 비율은 8%인데, 강남·서초·용산구는 20%대로 서울 내 양극화도 심하다. 이미 서울 주요지역은 매도자 우위다. 수도권 중심의 주택시장 선도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확률이 높다. 지방은 미분양 5만9000호가 쌓여있고 전셋값 하락과 분양시장 위축으로 매매가 하락이 지속되는 분위기여서 내년에도 시장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올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 원인이 향후 주택 준공물량 감소 우려 또는 전셋값 상승에서 온 불안 심리라고 본다면 단기간 가용할 수 있는 주택공급 방안을 총동원하고 올해 인허가가 급감한 도심 내 비아파트 공급으로 전셋값 안정을 꾀한다는 면에서 일정 부분 정책효과가 기대된다.”
-대부분 장기대책이어서 일각에선 ‘사실상 패배 선언’이라는 지적도 있다.
“야박한 평가라 생각한다. 부동산 공급은 장기대책일 수밖에 없다. 택지개발 사업도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대신 서울 정비사업 속도 높이기 위한 후속 입법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물론 수도권 공급 불안 심리가 8·8 대책으로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강력한 대책이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집요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공급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예컨대 2027년 3기 신도시 공급 이전에 2025~2026년 공급 간극을 메울 방안 등도 마련해야 한다.
또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을 관리하고, 수도권 전셋값 안정방안도 지속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2025년 입주 급감하는 경기지역 모니터링, 매입임대 확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전세대출 포함 등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대해선 ‘오늘 풀어도 10년 걸린다’ ‘환경파괴’ 비판이 있는데.
“양가적 감정이 있다. 서울의 허파 역할을 하기도 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개념이기도 하다. 그만큼 정부가 절박한 심정이라 본다. 가용 용지를 지금이라고 전략적으로 풀어서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을 미래의 분양시장으로 유보하고 진정시키려는 심리적 시그널을 주기 위한 것이다.”
-수도권에 공급이 집중돼 지방 공동화 우려가 나온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세컨드홈 정책은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두 번째 집을 취득하면 1가구 1주택 세제 혜택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이번 8·8 대책에서 수도권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같은 특례를 받는다. 지방에서의 생활인구 늘리려는 전략은 정책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최근 부동산이 들썩인다지만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에 쏠림 현상이 심할 뿐, 지방은 하락 중이다.
“수도권 수요 쏠림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똘똘한 한 채의 선호와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냉각으로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량이 저조한 편이라 고급 유효수요가 밀집한 지역의 주거 선호나 공급 희소성이 더 커지고 가격을 주도하는 양상도 지속될 것이다. 수도권 집중화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관리할 필요도 있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공급 부족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해석해도 되나.
“비아파트는 약간 나아지겠지만, 아파트의 내년, 내후년 단기 공급이 어렵다. 매입임대를 해야 하는데 미분양이 5만9000가구 정도인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경기를 빼면 미분양이 적다.”
-서울 아파트 공급 전망에서 정부와 민간이 엇갈려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간은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좀 더 많은 편이라고 본다. 다만 정부와 민간의 주택준공물량 공급 차이는 물량을 추산하는 방법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 이를 통일해야 시장 혼선을 줄일 수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미국 연준이 9월 금리를 내리면 한국도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리가 내려간다 해도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고 과거 0.5% 초저금리 시기 회귀는 어렵다. 금리 인하로 부동산 수요가 늘더라도 수도권 일대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지 전국적인 매입수요 유입을 기대하기 제한적이다. 범유행 상황처럼 저금리와 유동자금이 만들어낸 공황구매. 매입이나 전국적 영글 현상의 재현은 쉽지 않다고 본다.”
-인구감소 영향은 어떻게 보나. 크게는 ‘전반적 부동산 폭락’ 주장과 ‘주요지역은 더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당분간은 후자라고 생각한다. 집을 사줄 사람이 없으면 자산 가격이 내려가지만,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화가 여전히 강하다. 또 인플레이션 헤지(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다른 형태의 자금 보유)도 부동산이 주요한 수단이다.
다만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된 일부 지방 대도시는 낙후된 원도심의 거주 여건 악화 및 슬럼화, 시골 농가 등은 빈집 방치, 수도권 외곽은 낡은 주택의 정비사업 정체 등 향후 인구 위험이 주택시장에 던질 화두가 만만찮다. 학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교육시설과 유통 및 학원 산업 등은 수요에 따른 입지 흐름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고, 비단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상업 또는 업무용 부동산 수요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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