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한시름 놨는데…기업 대출금리 5%대, 연체도 발목
10년 이상 화장품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최모 사장. 그는 하반기 신규 사업을 위해 은행에서 운영자금 대출을 알아봤다가 발길을 돌렸다. 연 5.2% 금리가 부담돼서다. 그는 “더는 빚내선 버티기 힘들다”며 “고금리에 신사업 투자는 꿈도 못 꾼다. 차라리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게 낫다”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 상당수 기업은 마지막 남은 삼각(고물가ㆍ고환율ㆍ고금리) 파고인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물가는 넉 달 연속 2%대로 안정화됐다. 원화값도 달러가치 하락으로 5개월 만에 1330원대(환율 하락)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중 하나인 은행 대출 금리는 여전히 5%대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예금은행의 기업 운전자금 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달과 동일한 연 5.07%다. 2022년 10월(연 5.23%) 5% 선을 뚫은 후 21개월째 5%대다. 코로나19 여파에 대출이 몰렸던 2021년 말(연 3.12%)과 비교하면 2.11%포인트 금리가 뛰었다. 운전자금은 기업이 원자재를 비롯해 물품 구매비, 임금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봐도 평균 연 5% 안팎이다. 지난 6월 기준 대기업 대출금리는 평균 연 5%고, 중소기업은 평균 4.79%다.
특히 은행채 같은 시장금리는 하락하지만 좀처럼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인 은행채(3년물 AAA등급) 금리는 지난 20일 연 3.232%로 연초(연 3.725%)보다 0.493%포인트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가 미리 반영되면서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운전자금 등 대출 금리는 100% 담보가 아니라, (시장금리 보다) 기업의 신용등급과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 영향을 받는다”며 “사실상 기준금리가 하락해야 기업들의 빚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대출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304조7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57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기업대출의 7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잔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초 이후 7개월간 31조8000억원 증가해 1031조6000억원에 이른다. 증가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28조1000억원)보다 13% 더 늘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기업대출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한 빚(고정이하여신)은 지난 6월 말 2조8075억원이다. 반년 사이 16.2%(390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 증가 폭(12%)보다 더 높다.
올해 상장사 10곳 중 4곳 이상은 번 돈으로 이자를 못 갚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1680곳(코스피+코스닥) 중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비중은 지난 3월 말 43.8%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됐던 2019년(35.3%)보다 8.3%포인트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살펴보는 지표 중 하나다.
대출 부실이 더 커지지 않도록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빚이 과도하게 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부실채권이 급증해 기업은 물론 금융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기업이)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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