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너트를 조이는 인부들이 안쓰러웠던 까닭
[박은영 기자]
▲ 웅덩이 주변을 살피는 백로들 |
ⓒ 임도훈 |
저녁에 농성장에 올건데 뭐 필요한 건 없는지 묻는 문자에 걱정이 담겨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부채와 강바람에 의지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며칠 폭우가 쏟아져 한숨씩 돌리긴 했지만, 비가 지나간 뒤의 습도도 만만치 않다. 혼자면 외로울 텐데 더위를 뚫고 이 다리 아래에 발걸음 하는 이들이 팥빙수와 얼음을 가져와 함께 해준다. 잠시 더위를 달래며 그렇게 하루하루 강을 지켜간다.
천막 인근으로 웅덩이가 두 개 있다. 지난 장마에 농성장을 휩쓸고 간 강물이 남아있는 자리인데, 거기 갇혔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물살이들이 살고 있다. 새들이 오가며 웅덩이 주변을 한참 동안 맴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갇힌 물살이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또한 자연의 흐름인 듯하여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태풍으로 또 비가 지나가면 그 때는 또 달라질 테니.
태풍이 접근해 이틀 정도 비가 많이 올 것 같다며 소방서, 경찰서에서 들러 안전을 당부하고 떠났다. 이 더위가 가면 이제 태풍이 또 고비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가을이 오고야 말았다. 태풍과 싸울 일은 아니니 안전하게 대피할 것이지만 어디서든 금강의 흐름을 지켜보며 지킬 것이다. 봄부터 지켜온 금강을 우리가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 인부들이 세종보의 헐거워진 너트를 조이고 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세종보는 2177억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고, 당시 정부가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하면서 '최첨단 가동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었다. 하지만 완공 5개월 만에 수문과 강바닥 사이에 쌓인 토사가 유압장치에 끼면서 결함이 드러났고, 매년 고장이 나 수리하곤 했다. 2016년 7월에는 기름유출 사고가 있었고 이후 보강공사를 거치며 1억 4000여 만 원이 소요되었다. 하자보수기간이 끝나 전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했다. 보 처리 방안에서 철거로 결정된 것도 유지보다 철거가 더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세종보는 매번 수리하고 정비한 전력이 이미 화려하다. 결국 담수하겠다고 돈 들여서 열었다 닫었다 하는 동안 또 고장날 것이고 세금은 속수무책으로 들어갈 것이 뻔하다. 담수로 인해 금강이 다시 녹조와 뻘로 가득한 강이 될 것이다. 이 폭염에 너트를 조이는 인부들의 모습이 더 안쓰럽게 보인다.
▲ 기후위기대응댐 후보지 발표하는 환경부장관 |
ⓒ 환경부 |
댐에 대한 지자체의 엇갈리는 반응은 기본이고 가까운 충남 지천댐 주민들은 반대
투쟁위를 꾸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댐을 어디다가 짓겠다는 건지, 어디가 피해지역이 되는지 모르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 환경부도 해당 댐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할지, 어떤 피해가 예측되는지 용역을 맡기고 결론을 낸 바가 없으니 단순히 댐을 짓겠고 지원하겠다는 식의 설명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조선 백자 조각. 금강으로 흘러든 그릇 조각 하나에도 세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
ⓒ 임도훈 |
앞서 올린 기사의 그릇 사진을 보고 장남들보전시민모임 김지훈 대표가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왔다.
"조선 백자 막사발인데 안쪽에 위에 올린 그릇 굽자국이 아래 사발에 남아있으면 딱 조선 백자 사발입니다. 세종 전의면 금사리에 관요(왕실 도자기 가마)가 있었다고 합니다. 삼국시대 군사요충지이기도 해서 30여 개 산성이 있었던지라 도편 유물이 많습니다."
▲ 농성장 앞 웅덩이, 물살이들이 살고 있다 |
ⓒ 임도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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