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심장 뒤든흔 미셸의 마법…오바마 "난 미셸 뒤 연설 멍청이"
현지시간 20일 오후. 무대 위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배우자 미셸 오바마 여사가 등장하자 2만명 넘게 운집한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는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검은색 민소매 정장 차림의 미셸은 쏟아지는 환호 속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관식인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 앞에 섰고, 그의 작은 미동에도 환호성은 더 커졌다.
미셸은 환호를 진정시키지 않았다. 쏟아지는 환호를 뚫고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놀랍도록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런 뒤 “너무 오랫동안 깊이 묻혀 있던 이 익숙한 느낌을 사랑한다”며 “이는 우리를 집어 삼켰던 공포와 분열, 증오의 악마를 물리치고 이 나라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전염성 강한 희망의 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리스는 국민을 위해 일하며 법에 대한 책임, 법치주의의 강화, 더 나은 삶, 양질의 의료와 보육 서비스, 중산층을 위해 싸웠다”며 “해리스의 이야기는 여러분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이고,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다수 미국인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 그는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미셸은 해리스를 미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후보로 규정한 뒤 그의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했다.
그는 “트럼프는 수년간 사람들이 우리를 두려워하도록 하기 위해 권력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좁은 세계관”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미셸은 이어 “작아지는 것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과 정반대”라며 “이는 건강하지도 않고 솔직히 말해 대통령답지도 않은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그에게 그가 지금 추구하는 일자리(대통령직)가 그 ‘흑인 일자리’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말해줄 것인가”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이민자들이 흑인과 히스패닉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했던 인종차별적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미셸은 이어 “왜 우리가 이런 퇴행적인 리더십을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냐”며 “이는 우리 정치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값싸게 만들며, 선하고 큰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낙심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미국인 전체를 위해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가 해리스와 팀 월츠라는 좋은 두 사람이 선출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야 하는 이유”라고 외쳤다.
미셸은 “새로운 희망을 품으면서도 우리가 느꼈던 절망을 잊어선 안 된다”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 가능성을 낙관했다가 결국 트럼프에게 패했던 2016년 대선을 소환했다. 그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불평만 하지 말고 뭔가를 해야 한다(Do something)”고 했다.
당원들은 일제히 미셸이 던진 ‘뭔가를 해야 한다’이란 말을 함께 외쳤다. 그러자 미셸은 “그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나쁜 여론조사가 나온다면?”, “피곤해서 (설득을 위한) 전화를 내려놓고 싶은 때는?”, “두려움이 느껴진다며?”이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다. 그 때마다 당원들의 ‘뭔가를 해야 한다’는 대답이 계속 커졌다.
이어 미셸은 “이 나라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더 높이 나가자(go higher)”며 “늘 우리가 과거에 간 것보다 더 높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2016년 대선 트럼프를 비판하며 “그들이 저급하게 나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고 했던 명연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미셸이 진행한 20여분의 연설은 남편이자 전직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오바마를 소개하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데 평생을 바친 사람을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미셸의 소개를 받고 등장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내와 포옹을 나눈 뒤 “내가 미셸 오바마의 바로 다음에 연설을 하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멍청한(stupid) 사람”이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오바마 특유의 명연설을 이어갔다.
시카고=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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