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난민 면접 녹화 영상 공개해야", 면접 조서 조작 등 차단
[유지영 기자]
▲ 예멘에서 온 난민 신청자 알렉스씨가 21일 오후 항소심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 유지영 |
서울고등법원(제4-1행정부)은 21일 오후 2시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1심)은 지난 1월 난민 면접 조서에 난민 신청자가 진술한 내용이 정확히 기재됐는지, 통역에 오류는 없었는지, 난민 면접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 난민 면접 조서에 드러나지 않는 여러 사정이 면접 영상을 통해 드러날 수 있어 난민 면접 녹화 영상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2년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예멘을 떠나 난민으로 한국에 온 알렉스씨는 이날 항소심 직후 기자회견에서 "13년간 난민 심사 절차를 조작하고 왜곡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권력을 사용한 기관의 억압과 불의를 견뎌왔다"면서 "기본적인 법적 권리인 난민 면접 영상을 확인하고 이를 법률 대리인과 공유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사법부 개입이 필요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오늘 판결은 개인적인 승리가 아니라 출입국 내 부패 세력을 포함해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심경을 밝혔다.
알렉스씨는 한국에 온 지 5년 만인 지난 2017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진행된 난민 면접에서 불인정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 2021년에도 불인정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난민 면접 과정에서 결정적인 내용을 제대로 통역하지 않았거나 누락했을 거라고 추측해 난민 면접 영상 녹화 기록 공개를 신청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렉스씨는 "난민 면접에서 핵심적인 3시간이 고의적으로 녹화 영상에서 은폐돼 난민 심사를 훼손하기 위한 고의적인 방해 행위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그는 "집(고국)에 갔다면 종교적 박해 등으로 인해 살해 당했을 것이기에 나는 난민 인정 절차가 진행됐던 13년 간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면접은 난민 심사의 핵심이자 유일한 절차"
실제 난민 면접은 난민 심사의 핵심이자 유일한 절차여서, 그동안 면접 영상 녹화 기록 제공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재판의 원고인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법은 면접 과정의 녹음 또는 녹화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난민 전담 공무원들은 난민 신청자에게 '녹음 또는 녹화를 요청할 권리'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실제 난민 면접 영상 녹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난민 면접이 위법하게 진행되거나 통역 오류로 인해 난민 신청자의 진술이 왜곡돼 조서에 기록되더라도 바로잡는 것이 불가능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난민 면접 조서 조작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는 2018년 7월부터 난민 면접을 의무적으로 녹음·녹화하기 시작했으나, 정작 난민 면접 녹화 영상 공개를 거부하면서 '열람 제도'를 고수해 왔다. 면접 영상이 제공될 경우 통역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김지림(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때로 9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난민 면접의 녹화본을 법무부에서 '열람'하게 해주는 것으로는 난민 면접을 녹화하도록 하는 절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오늘 법원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명 의식을 가지고 통역에 임하는 통역인들을 핑계로 하여 난민 면접 과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하고자 한 법무부의 관행에 또 한 번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 21일 오후 난민인권센터 주관 아래 난민면접영상녹화 정보공개청구소송 2심 선고 기자회견 '난민면접 영상녹화파일 공개하라'가 진행됐다. 이날 항소심서 원고인 난민인권센터가 승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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