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쉬 캔" "뭔가를 하자"…2만명 열광시킨 오바마 부부
" “무언가를 하자(Do something)” “그녀는 할 수 있다(Yes, she can)” "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일정이 진행된 20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를 가득 메운 2만여명의 당원들이 행사장이 떠나갈 정도로 함께 외친 두 구호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위해 행동 해야 한다는 미셸 오바마의 선창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에게 재차 힘을 실은 메시지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막기 위해 민주당뿐 아니라 미국 전체가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목적은 ‘권력’…속편 더 나쁠 것”
목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는 누가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인지 결정하기 위해 모였다”며 “확실한 건 트럼프는 이 문제로 밤잠을 설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목적은 권력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이미 그의 영화를 봤고, 속편은 더 나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임무는 민주주의가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것”이라며 “아직 우리 후보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의 지지층과 관련해선 “상대당이 ‘개인 숭배’로 치닫고 있다”며 “내가 민주당원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물론 무당파와 트럼프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공화당원까지 설득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예스 쉬 캔”을 외쳤다. 오바마 신드롬을 일으켜 불가능한 듯한 미국 첫 흑인대통령 당선을 실현한 2008년 대선 당시의 선거 슬로건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재소환한 그의 외침에 당원들은 일제히 ‘예스 쉬 캔’을 1분 가까이 따라 외쳤다.
“정치 성향 무관…‘옳은 것’ 위해 일어날 때”
오바마에 앞서 연단에 오른 미셸 여사의 연설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기립 박수 속에 입장한 미셸은 “놀랍도록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런 뒤 “오랫동안 깊이 묻혀있던 익숙한 느낌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며 “이것은 전염성이 강한 희망의 힘”이라고 말했다.
미셸은 이어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이든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지금은 모두가 마음속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일어나야 할 때”라며 “자유를 위해서, 그리고 인간의 품위과 존엄성, 공감 등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가치를 위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이 나라가 저런 사람(트럼프)을 허용할지에 대한 불안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해리스를 당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그들도 연민과 포용력을 발휘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리스를 위해 “무언가를 하자”고 말하자 당원들은 일제히 미셸과 함께 "무언가를 하자"라고 외치며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미셸은 이어 “나라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더 높이 나가자(go higher)”고 했다. 2016년 트럼프에 맞선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연설에서 “그들이 저급하게 나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고 했던 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트럼프 대변인·현직 공화당 시장까지 “노 트럼프”
전당대회 둘째날 일정의 정점을 찍은 오바마 부부의 메시지에 앞서, 민주당은 이날 과거 트럼프를 지지했다가 지지를 철회한 인사들을 대거 연단에 올렸다. 트럼프의 곁에 있다가 떠났던 사람들을 통해 '실체'를 알려, 온건파 공화당 지지층을 트럼프로부터 이탈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였다.
가장 먼저 나선 이는 트럼프의 측근 그룹의 일원으로 백악관 대변인을 맡았다가 사임했던 스테파니 그리샴이었다. 그는 “나는 단순한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라 진정한 신봉자였고, 트럼프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 중 하나였으며 트럼프의 가족은 내 가족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조롱하고 공감 능력도, 도덕성도, 진실에 대한 충실함도 없다”며 “광기의 일부가 될 수 없어 대변인직에서 사임했다”고 했다.
그리샴에 이어 경합주 중 하나인 애리조나주 메사의 현직 시장인 공화당 소속인 존 자일스 시장이 찬조 연설자로 등장했다. 자일스 시장은 “나는 평생 공화당원이지만, 지금의 공화당보다는 이 자리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며 극우 성향인 트럼프가 공화당을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보수의 거두’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언급하며 “트럼프의 공화당은 매케인이 말했던 당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공화당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이밖에 미국 언론 카메라엔 이날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이 포착됐다. CNN은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최소 5명의 공화당 인사들이 해리스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헤일리 진영 이탈?…해리스는 '적진' 동시 공략
한편 영국의 가디언은 이날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지지했던 진영 중 일부가 ‘해리스를 위한 헤일리 유권자’(Haley Voters for Harris)라는 단체를 만들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일리는 트럼프와 당내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도 “트럼프에 100% 동의하지 않아도 트럼프에 투표를 할 수 있고,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더 강해질 수 있다”며 통합과 확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해리스가 전면에 나서자 잠시 자제했던 막말과 근거 없는 비방의 수위를 더 높였다.
이런 가운데 전당대회의 주인공인 해리스는 전당대회 대신 대표적 경합지역이자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를 펼쳤다. 유세 장소는 트럼프의 대관식이 열렸던 파이서브 포럼이었고, 체육관의 수용인원 1만 5000명을 꽉 채웠다.
트럼프를 자극하는 동시에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흔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해리스는 낙태권, 투표권, 총기 안전 문제, 성소수자 인권 등을 앞세워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알고 있다”며 “나쁜 행동에는 반드시 후과가 있어야 하고, (대선에서) 그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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