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추모집회 간 20대 '각시탈'로 지목한 유튜버 벌금형
이태원 참사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던 '각시탈'로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석했던 20대 남성을 지목해 방송한 40대 유튜버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1일 수원지법 형사14단독 박이랑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40대 유튜버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충분한 근거나 검증 없이 피해자를 이태원 참사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던 각시탈로 지목한 것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의 한도를 넘은 것으로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2년 11월 6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태원 참사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던 '각시탈'로 20대 남성 B씨를 지목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각시탈을 쓴 두 남성이 아보카도 오일을 길에 뿌려 바닥을 미끄럽게 하고 단소로 사람들을 밀라는 신호를 했다는 등의 소문이 퍼진 바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해당 의혹을 수사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가 방송하기 하루 전인 같은 달 5일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 비판 발언 등을 했다. 이후 A씨는 방송에서 1시간 넘게 B씨의 사진과 연설 동영상을 제시하며 "거의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너무 비슷해 보이는 인물이 여기 방송에 나와서 얼굴까지 공개하고 방송에 출연했다" "충격이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A씨는 해당 방송으로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자 "방송 내용이 거짓이 아니고 비방 목적이 없었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피해자는 각시탈을 쓴 남성이 아니고 각시탈을 쓴 두 남성이 고의로 이태원 참사를 일으킨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허위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도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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