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귄 당대의 명사들

김삼웅 2024. 8. 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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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 15] 그는 어떤 사람들과 언제 어떻게 사귀었을까

[김삼웅 기자]

 경상대 남명학관에 있는 남명 조신 선생 흉상.
ⓒ 이우기
그 사람을 알려면 그가 사귄 벗을 알라는 말이 있고, 진정한 벗은 두 개의 육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란 말도 전한다. 중국 명·청 교체기의 인물에 이단사상가란 평을 받는 탁오 이지는 "스승으로 삼지 않는 벗은 사귀지 말고 벗으로 대할 수 없는 스승은 섬기지 말라"고 하였다.

증자(曾子)는 "군자는 문(文)으로서 벗을 모으고 벗으로서 자신의 인(仁)을 보증한다"라 하고 맹자는 "나이 많음을 으시대지 않고, 신분이 귀함을 으시대지 않고, 형제를 믿고 으시대지 않으면 벗 하는 것이다"라 했다.

남명은 높은 관직을 가진 것도, 공직에 나간 일도 없는 순수 야인이었다. 그것도 궁박한 산골에서 오래 살았다. 그럼에도 재조와 재야의 많은 명사들과 벗으로 사귀었다. 평생 한번도 만나지 못한 벗도 있었고 편지를 통해 사귄 벗들도 있었다.

그에게는 뜻을 함께하는 학인이 있었고 어릴적부터의 죽마고우도 있었다. 그는 어떤 사람들과 언제 어떻게 사귀었을까. 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남명의 인격형성에는 벗들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강정화 박사는 <남명과 그의 벗들>에서 31명의 벗을 추려 소개하였다. 자료로는 무민당 박인이 편집한 <산해사우염원록>과 묵재 김돈과 어은 박정신이 편찬한 <남명선생 별집>의 사우록, 복암 조원순이 편집한 <산해연원록>, 당헌 하우선 등이 편집한 '덕천사우연원록' 등이다.

과거 선현들은 신분이나 나이 등 외형적인 조건에 의해 벗을 사귀지는 않았다. 스승도 문인도 벗이 될 수 있었다. 스승이라 해도 좋을 만큼 나이 차가 많음에도 그를 스승으로 분류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문하생임에도 불구하고 벗이라 여긴 경우도 많았다.

반대로 벗이라 분류해 놓았음에도 후에 문인록에 편입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산해사우언행록>의 인물 중 노진·임문·배신·강의·최역 등은 나이가 차 여러 여건으로 보아 문안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며, 실제로 노진을 제외한 나머지 4인은 <덕천사우연원록>에서 문인 등으로 분류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애매모호함과 이후의 분란을 피하기 위해 사우보다는 좀 더 광범위한 의미의 '종유'를 즐겨 사용하였다. (주석 1)
▲ 남명선생의 <산천재> 남명 조식선생은 산청군 덕천면(지금의 시천면)에 서재 <산천재>를 짓고 강학에 힘썼다.
ⓒ 박태상
남명이 사귄 벗들은 하나같이 당대의 명사들이었다.

남명의 벗들

1. 회재 이언적, 벼슬을 물러난 후 고향에서 만나도 늦지 않을 것이오
2. 퇴계 이황, 같은 해에 나고 같은 도에 살면서 일생 만나지 못했으니
3. 삼족당 김대유, 유독 천하의 훌륭한 선비로 보증했던 벗
4. 청송 성수침, 간과 폐를 나 주어도 아까울 것이 없건만
5. 소요당 박하담, 운문산 속 또 한 사람의 벗
6. 승려 성우, 세 줄의 편지 삼년 만에 본 얼굴인 듯
7. 대곡 성운, 방합조개 속에 감춰진 명월주 같은 벗
8. 숭덕재 이윤경, 내 입장에서 공의 처지를 보면 오히려 내가 더 낫습니다
9. 동고 이준경, 친한 벗도 벼슬이 높아지면 편지하고 싶지 않은 법이라니
10. 송계 신계성, 늙도록 변치 않을 사람은 이 사람뿐
11.일제 이항, 이조대가 하루아침에 군수가 되었으니, 재앙의 빌미가 되지 않으리라 어찌 알겠는가
12. 갈천 임훈, 포용과 아량을 지닌 것으로 허여한 벗
13. 규암 송인수,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을 듯
14. 청향당 이원, 네 가지가 같은 벗
15. 경재 곽순, 만약 때를 만났더라면 큰일을 해냈을 터인데
16. 황강 이희안, 우직한 그대는 내 마음 알아주리라
17. 동주 성재원, 소 잡는 솜씨를 어찌 닭을 잡다가 상하랴
18. 칠봉 김희삼, 아들을 보면 그 아비를 알 수 있으리니
19. 구암 이정, 집을 이웃하여 살고 싶었던 벗
20. 토정 이지함, 토정과 고청, 두 사람이 들렀다 간 모양이군
21. 옥계 노진, 구차스레 녹봉만 타먹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22. 계당 최홍림, 이 사람, 만나보니 벌써 흰 머리일세
23. 병재 박하징, 참으로 내가 종유하고 싶은 사람
24. 사미정 문경충, 돌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도 말이 절로 찾아가는구나
25, 안분당 권규, 분수에 편안하면 몸에 욕됨이 없으리
26, 안분당 이공량, 세상을 잊고 자신을 잊었건만
27. 월오 윤규, 편지 전하기 어려워 삼년이나 소원했구려
28. 목사 강응두, 명경대에서 만난 벗
29. 안락당 이희안, 은자를 찾아왔다가 나를 만났으니, 뭐에 소득이 있으랴
30. 대사간 이림, 나 같이 못난 사람도 저버리지 않으시니
31. 임당 정유길, 바다에 살던 학이 뜰로 찾아오는구나. (주석 2)

주석
1> 강정화, <남명과 그의 벗들>, 9~10쪽, 경인문화사, 2007.
2> 앞의 책, 목차.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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