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랜드’ 된 디즈니랜드… 미국 엄빠 45% 빚까지
카드빚 쌓이지만 “아이들 영원히 어리지 않아”
미국인 부모 상당수가 자녀를 데리고 디즈니랜드로 휴가를 가기 위해 카드 빚을 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인 가족이 디즈니랜드를 일주일 여행하는 데는 항공권과 기념품을 제외하고도 최대 2077만원이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어떤 가족은 디즈니 휴가에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며 “그들은 아이들이 영원히 어리지 않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회사 랜딩트리가 지난 6월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8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데리고 디즈니랜드를 다녀온 부모의 45%가 여행을 위해 빚을 졌다고 응답했다.
개인 금융 플랫폼 너트월렛 조사에서는 4인 가족 기준 일주일 일정 디즈니 여행 비용이 항공과 기념품을 빼고도 최소 6463달러, 많게는 1만5559달러까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현재 원·달러 환율로 863만~2077만원이다. NYT는 “많은 가족이 디즈니 여행 비용을 전혀 감당할 수 없다”고 전했다.
부모를 대상으로 개인 금융 관련 서적을 쓴 레이첼 크루즈는 “디즈니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지만 평생 한 번뿐인 여행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가족들이 재정을 초과하는 지출을 하게 될 수 있다”고 NYT에 설명했다.
디즈니는 지난 7일 실적 보고에서 올해 2분기 테마파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 감소했다며 소비자 수요 감소가 종전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수요 감소는 다음 여러 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부부가 디즈니월드에서 아들을 위해 방문한 야간행사 ‘미키의 매우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는 1인당 입장료가 약 200달러(27만원)였다. 테마파크 사진 서비스에서 사진작가가 찍은 가족사진을 다운로드하는 데는 100달러(약 13만3500원)를 내야 했다.
NYT는 “리치는 이 비용을 자신의 디즈니 브랜드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며 “그는 디즈니 가족 휴가를 위해 빚을 진 많은 부모 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영업직원인 리치는 휴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분기 보너스에 의존한다고 한다. 남편과 합쳐서 연간 약 25만 달러(3억3355만원)를 벌지만 휴가 비용을 선불로 낼 돈이 항상 있는 건 아니라고 NYT는 설명했다. 리치는 여행 비용을 먼저 결제한 다음 보너스가 들어오면 잔액을 갚는다.
2022년 여행 때는 2개월간 신용카드로 최소 금액만 내고 잔액을 갚아나갔다. 이자만 약 382달러(51만원)가 얹어졌다.
리치는 아들을 데리고 처음으로 디즈니 여행을 다녀온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돈은 점점 더 많이 벌게 되겠지만 그때 가면 아이는 그렇게 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펠러는 “여행이 끝날 무렵엔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이 수백 달러가 됐다”며 “디즈니는 결코 저렴한 휴가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돈 걱정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그냥 참자’고 생각했다며 “나는 그곳에서 딸이 아무것도 놓치지 않기만 바랐다”고 했다.
이들보다 소득이 낮은 가족에게 디즈니 여행 비용은 더 큰 장벽이지만 부모로서는 그렇다고 아예 안 가기도 어렵다. 아이오와에 사는 싱글맘 레베카 미첼(46)은 제조 자재 판매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시간당 15달러를 버는데 그 역시 자녀와 디즈니 여행을 하기 위해 ‘상당한 신용카드 빚’을 졌다고 NYT에 말했다.
디즈니에서 휴가를 보내려면 티켓과 숙박 시설을 예약하기 위해 최소 200달러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미첼은 최소 보증금을 낸 뒤 여행 전 몇 주 동안 여유가 생길 때마다 추가금을 지불했다. 출발할 때가 되면 나머지 잔액을 신용카드로 청구하고 일반적으로 6개월 이내에 빚을 갚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첼은 디즈니 휴가를 위해 빚을 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젊었고 아이는 어렸다. 우리에겐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기가) 그때뿐이었다”며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 기억이 전부가 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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