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김진태 지사 광복절 경축사는 궤변” 사과 요구

서승진 2024. 8. 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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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강원지사가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1948년 건국'을 언급한 이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광복회 강원도지부는 21일 강원도보훈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언급이나 일제 강점의 부당함에 대한 말은 한마디 없고 건국절을 주창하는 자들의 대변인 같은 궤변만 들어놓았다"며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외교 군사분야까지 독립운동을 확대한 선열들의 처절했던 투쟁의 역사를 '나라가 없었다'는 말로 부정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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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덕 광복회 강원지부장이 21일 강원보훈회관에서 김진태 지사의 1948년 건국 발언에 대해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태 강원지사가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1948년 건국’을 언급한 이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광복회 강원도지부는 21일 강원도보훈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언급이나 일제 강점의 부당함에 대한 말은 한마디 없고 건국절을 주창하는 자들의 대변인 같은 궤변만 들어놓았다”며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외교 군사분야까지 독립운동을 확대한 선열들의 처절했던 투쟁의 역사를 ‘나라가 없었다’는 말로 부정해버렸다”고 말했다.

김문덕 광복회 강원도지부장은 “광복회장 기념사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해 항의를 하고자 작성한 내용으로 친일을 찬양하고, 독립운동을 부정한 이들에게 경고메시지를 날린 것”이라며 “김 지사는 자기 스스로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격앙돼 경축식장에서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연인 김진태의 사고와 역사관이 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민이 뽑은 도지사로서 사고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진정성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강원지역시민사회단체는 21일 강원도청 광장에서 김진태 강원지사의 건국 발언을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원연석회의 등 시민단체도 이날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국일, 건국절 논란은 이미 학계에서도 일단락됐는데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공직자가 또다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도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김 지사는 광복절 기념식에서 자행한 망언을 취소하고, 독립유공자들과 도민에게 즉시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같은 장소에선 강원자유공정연대가 김 지사 발언을 옹호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자유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관 지켜내는 강원도지사 화이팅’이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이종찬 광복회장과 민주당을 해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앞서 김 지부장은 지난 15일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그동안 건국절 제정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전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 우리나라가 1948년에 건국했다면 이는 반헌법적이고 일제의 강점을 합법화시키려는 핑계”라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했다.

강원자유공정연대가 21일 강원도청 광장에서 김진태 지사 발언을 옹호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김 지사는 경축사를 통해 이를 반박했다. “어떤 분들은 3.1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수립이 이뤄진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주장하지만, 당시에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통치권이 없었고, 주권이 미치는 영토도 없었다”며 “만약 1919년에 건국이 됐다면 나라가 이미 있기 때문에 독립운동도 필요 없고 광복 자체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궤변으로 1948년 건국을 극구 부인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자학적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 지부장은 “말을 그런 식으로 하냐”며 강하게 항의한 뒤 광복회원들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퇴장하며 행사가 파행을 겪었다.

이날 김 지사의 발언 이후 공무원노조 강원본부와 민노총 강원본부,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성명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파문이 일자 김 지사는 광복절 다음날 자신의 SNS에 “건국일이 1948.8.15라고 말했을 뿐 건국절에 대해선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광복절로 그날을 기념하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광복회가 희망하는 대로 세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래서 1919년 건국설이 나오는 거다”라고 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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