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젠틀맨’ 도전, 해리스 남편 “결혼 10주년에 아내의 후보 수락 연설을 듣는다니”

임성수 2024. 8. 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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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상징 샌더스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트럼프의 ‘입’ 그리샴 “트럼프는 공감능력 도덕성 없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그 엠호프가 20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20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퍼스트젠틀맨’이 될 수도 있는 더그 엠호프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아내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22일은 결혼 10주년”이라며 해리스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했다.

엠호프는 이날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결혼 10주년인 22일 아내 카멀라가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하는 것을 듣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의 도움으로 그녀는 기쁨과 강인함, 그 웃음과 표정, 연민과 신념으로 미국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엠호프는 해리스에 대해 “카멀라는 즐거운 전사(joyful warrior)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해왔던 일을 그녀의 국가를 위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즐거운 전사들에 대해 알아야 할 게 있다. 그들은 그래도 전사다. 그리고 카멀라는 그 누구보다 강인하다”고 했다.

엠호프는 “이번 선거에서 여러분 가족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지 결정해야 한다. 난 우리 가족의 미래를 카멀라에게 맡겼다. 내가 한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카멀라는 내 삶에서 중요한 순간에 나에게 정확히 맞는 사람이었고 지금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 순간에 정확히 맞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엠호프는 첫 번째 배우자와 이혼한 뒤 2013년 해리스와 결혼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해리스가 엠호프의 두 자녀의 새 엄마가 된 계기, 자녀들이 해리스를 ‘마멀라(맘+카멀라)’라고 부르는 이유를 소개하는 등 가족의 의미를 강조했다. CNN은 “엠호프의 첫 번째 부인인 커스틴 엠호프도 VIP석에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20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진보정치의 상징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해리스 지지 연설에 나섰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상태이지만 해리스 당선을 위해 뛰겠다고 했다. 샌더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 극복과 메디케어 확대, 주택정책 등을 거론하면서 “정치적 의지가 있을 때 정부는 국민을 위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정치적 의지를 다시 한번 소환해야 한다”며 “억만장자들의 탐욕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경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샌더스는 “지난 3년 반 동안 우리는 함께 일하며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 이후 가장 많은 업적을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할 일이 남아 있다”며 “11월 5일 해리스를 우리의 대통령으로 선출하자”고 했다. 샌더스는 특히 “가자지구의 끔찍한 전쟁을 끝내고 포로들을 집으로 데려오자,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자”고 외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비판은 민주당에 가장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샌더스는 2016년과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지만 각각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스테파니 그리샴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스테파니 그리샴도 무대에 올라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내가 소속된 정당보다 조국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무대에 섰다”며 “해리스는 진실을 말하고, 미국 국민을 존중한다. 그래서 내 표를 얻었다”라고 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던 그리샴은 트럼프에 대해 “공감도 없고 도덕성도 없으며 진실에 충실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또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 대해서도 “1·6 사태(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직후 멜라니아에게 평화적 시위의 권리는 있지만, 폭력을 위한 공간은 없다는 트윗을 올려야 한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멜라니아는 ‘노’라고 한마디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손자와 지미 카터 대통령의 손자도 무대에 올라 “미래를 위해 해리스에게 투표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전대에서는 대의원 호명 투표를 통해 해리스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추인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해리스는 이미 온라인 화상 투표를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다시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징적인 투표를 진행한 것이다. 호명 투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을 지낸 델라웨어주부터 시작돼 해리스 부통령을 배출한 캘리포니아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호명 투표는 각 주를 대표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며 대의원들이 환호하는 등 열광적인 콘서트 같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 중이던 해리스는 전당대회장 내 전광판 영상을 통해 “여러분의 후보가 되어 매우 영광”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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