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 징계 무효 '각하', "혐오도 권리인가"
[박수림, 이정민 기자]
▲ 이동환 목사 징계무효확인소송 1심 각하,,,그러나 항소 예고 퀴어축제에서 동성애자에게 축복을 내렸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의 징계를 당한 뒤 그 부당함을 다투기 위해 사회법정의 문을 두드린 이동환 목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확인소송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이동환 목사 측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어떻게 기본권 보장의 문제로 볼 수 있나"라며 "법원의 각하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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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사는 이날 검은색 목회자 셔츠를 입고 방청석에서 선고를 들었다. 긴장이 됐는지 아내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그는 선고 직후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사랑하는 교회가 이렇게 망가져 가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교회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겁게 싸워나갈 것입니다."
종교단체 손 들어 준 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21일 이 목사가 감리회를 상대로 "총회 재판 위원회 판결을 무효로 해달라"고 낸 소송을 각하하고 소송 비용도 "원고(이 목사)가 부담하라"고 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다만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판결에 가까운 해석을 상당수 내놨다.
재판부는 무효 확인을 통해 이 목사가 얻는 이익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직 판결로 교회를 운영할 수 없었고 생계가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손해배상 청구 등 구체적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고, 정직 판결이 출교 판결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주장하지만, 두 판결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처벌 규정으로 원고가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을 제한당한 건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그러나 종교의 자유에 따라 종교단체의 규정에 대해서도 자율권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기본권과 피고(감리회)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사안이며,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처벌 규정이 원고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판결을 무효라고 볼 정도는 아니"라며 "이 목사가 수행한 축복식이 교리에서 정한 동성애 찬성·동조에 충분히 포섭될 수 있어 위법부당한 벌칙을 부과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 이동환 목사 징계무효확인소송 1심 각하,,,그러나 항소 예고 퀴어축제에서 동성애자에게 축복을 내렸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의 징계를 당한 뒤 그 부당함을 다투기 위해 사회법정의 문을 두드린 이동환 목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확인소송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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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사는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다른 성소수자 축제에 참석했던 목사들이 고발당했고, 제 재판이 부당하다는 성명서에 연서명을 한 이들이 조사 예고를 받았다"며 "이 재판은 저 하나만을 위한 재판이 아니다. 수많은 목회자를 위한 재판이고, 한국 교회 안에 있는 수많은 퀴어(성소수자)와 앨라이(Ally·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직 2년의 기간이 끝났기에 (징계 무효 소송의) 실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판례들이 쌓여서 교회를 망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망치고 있다"며 "항소할 것이고, 기어이 승리를 쟁취해 낼 것이다. 끝내 성소수자 차별법인 (감리회) 재판법 3조 8항을 철폐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를 대리하는 최새얀 변호사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규정한 것을 어떻게 기본권 보장의 문제로 보는가"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계적으로 두 기본권을 판단한 것이 2024년에 나올 수 있는 판단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도 "(이 목사의 축복식은) 사회적 낙인, 혐오, 차별, 배제의 대상이 되는 성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이들의 행복을 빌며 신앙을 실천하는 행위였다"며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고 종교라는 이름의 폭력을 방치한 판결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환대와 축복, 사랑이 이기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지난 2019년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축복식을 집례했다. 이를 문제 삼은 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는 지난 2022년 이 목사에게 정직 2년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지난해 12월엔 감리회 경기연회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 '교리와 장정'(감리회법) 재판법 제3조 8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가장 높은 처벌인 출교 처분을 내렸다.
▲ 이동환 목사 징계무효확인소송 1심 각하,,,그러나 항소 예고 퀴어축제에서 동성애자에게 축복을 내렸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의 징계를 당한 뒤 그 부당함을 다투기 위해 사회법정의 문을 두드린 이동환 목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확인소송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이동환 목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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