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강에서 카누 타는 학생들... 정말 안전한가요?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금강의 녹조는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일과 19일 양일에 거쳐 현장을 찾았다. 매년 흐르지 않게 만들어진 강을 찾는 환경활동가들은 늘 녹조를 걱정한다. 걱정대로 금강 하류에는 대규모 녹조가 창궐해 있었다. 영양분 넘처나는 강의 여름 고인물은 녹조의 재배지가 된다. 녹조는 고인물을 먹고 살아가는 것만 같다.
녹조는 사실 대규모로 창궐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러운 존재이다. 자연에서는 오히려 스스로 역할을 하는 생태계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고인물에 대규모로 창궐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녹조가 사멸하면서 만들어진 독소와 영양분이 강에 축적되면서 매년 여름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흐르는 강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강을 가로막는 보아 댐 때문에 매년 여름 녹조라떼를 만난다.
녹조 강에서 수상 레저... 안전 기준도 없다
녹조가 창궐한 강가 사람들은 안전한가? 그곳의 생명들은 안전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녹조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62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독성을 가진 녹조는 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에어로졸 형태로 대기로 이동해 사람들의 호흡기까지 전파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환경청(EPA)는 마이크로시스틴의 먹는 물 기준 1일 허용치를 1ppb(성인)로 정하고 있고, 20ppb 이상이면 물놀이 등 물과 접촉할 수 있는 활동을 하지 말라고 권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놀이와 관련된 활동 인체유해성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녹조 독성이 어디까지 안전한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환경부 때문에 현장에서 국민의 안전은 방치되고 있다.
금강 백제보 하류인 강경, 낙화암 일대, 웅포 3개 지점에서 시민들이 수상레저를 즐기고 있었다. 레저를 즐기는 현장에는 모두 녹조가 가득했다.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강변에 떠내려온 녹조 알갱이는 그야 말로 곤죽이 되어 있었다.
▲ 웅포대교 하류에 수상레져시설과 녹조 |
ⓒ 대전환경운동연합 |
▲ 강경포구에 만들어진 수상레져 시설과 녹조의 모습 |
ⓒ 이경호 |
▲ 낙화암 상류 백마강교 하류에 수상레져 시설 |
ⓒ 이경호 |
▲ 녹조에서 카누연습중인 학생들 |
ⓒ 박용훈 |
녹조위험사회로 가는 길을 막지 못하는 환경부는 스스로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있지 못하다.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안전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녹조로 인해 시민들의 건강에 유해가 발생하는 일을 막아야 할 환경부가 녹조를 유발하는 정책들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더 개탄스러울 뿐이다.
세종보와 공주보 담수를 통한 탄력운영을 정상화라는 이름의 포장해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공주보와 세종보 담수가 가져올 녹조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녹조에 대한 안전관리 방침도 세우지 못하는 환경부가 14개의 녹조댐과 세종보 담수를 추진하는 황당한 일이 지금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녹조위험사회를 타개하는 일은 강을 흐르게 하는 일이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보를 열고 필요가 없는 댐을 철거하는 일이 환경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은 댐을 철거하고 다시 흐르는 강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미 늦었다. 하루빨리 강 정책을 정상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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