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 증가’ 한국도 일본도 고민 [자살예방 총력, 한일 특별좌담上]

임지혜 2024. 8. 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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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장종태 의원실에서 자살 예방 관련 한일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유희태 기자

세계 최고를 기록한 한국 자살률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도 높은 국내 자살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종 대책을 내놓으며 자살 예방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 되레 올해 1~5월 자살사망자는 1년 전보다 10%가량 늘었다. 

쿠키뉴스는 2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자살률 증가에 대한 해법 모색을 위한 한일 전문가 특별좌담회’를 열고 한일 전문가들과 자살 문제 극복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한국 측 전문가로 장 의원과 이범수 한국생명운동연대정책위원(동국대 교수), 양두석 한국생명운동연대 운영위원장(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김대선 종교인연대 상임대표, 일본 전문가로 다케시마 타다시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종합재활진흥센터장, 오카노 마사즈미 전 미국 버몬트 교수(고도산사 통리)가 참석했다.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자살 사망자 수는 6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자살 사망자 수도 지난해(1만3770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3년 이후 19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도 90년대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었지만, 현재는 4위까지 내려온 상태다. 2010년 이후 꾸준히 전연령층에서 자살률이 줄어온 일본이지만, 코로나19 창궐 이후인 2020년부터 일부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다시 오르기 시작, 자살 예방을 위한 연구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장종태 의원실에서 자살 예방 관련 한일 좌담회가 열린 가운데 다케시마 타다시 가와사키시 종합재활진흥센터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희태 기자

-한국과 일본의 최근 자살 문제 유형은 다른가. 


△다케시마 센터장= 일본은 지난 1998년 자살률이 급증했다. 그때는 중장년층의 자살률이 높았으며, 그 원인으론 경제적인 부분이 많았다. 당시 경제 대책으로 채무 관련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급증하던 자살률을 조금 멈출 수 있었다. 일본에선 젊은 층의 자살이 늘고 있는 것이 현재 큰 문제이다. 특히 젊은 층의 자살 예방과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좋은 방법이 발견되거나 연구된 것이 없다. 이와 관련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대책을 세우려 한다. 

△양두석 위원장= 한국은 여전히 중장년층 자살률이 높다. 다만 최근 4~5년 전부터 30대 이하 청년층,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이 많이 늘어 큰 걱정이다. 과거에는 초등학생 자살 문제가 없었는데, 지난해에만 8명의 청소년이 숨졌다. 그 원인에는 SNS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가족관계, 학교 부적응, 교내 괴롭힘 등의 문제와 함께, SNS의 자살 유해 정보를 쉽게 접함으로써 청소년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 

△다케시마 센터장= 일본의 경우도 중·고등학생의 자살 문제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숨지면 (주변인들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젊은 층에 대한 자살 관련해 실태조사를 하는 등 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열린 자살 예방 관련 한일 좌담회에서 오카노 마사즈미 전 교수, 다케시마 타다시 센터장 등 일본 전문가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윤희태 기자

-일본이 2006년 자살 대책 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자살률을 30% 이상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다케시마 센터장= 자살 문제와 관련된 요인이 매우 많다. 성폭행·학대·알코올 중독 등 다양한 문제가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접근했던 부분이 컸다. 또 의료적으로도 암, 정신질환 등을 가진 분들에 대해 대책을 세운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다만, 일본은 자살률이 급증했던 시기가 3번 정도 있었는데, 이중 2번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줄었다. 갑자기 자살률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대책이 자살률을 낮추는데 완전히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장종태 의원실에서 자살 예방 관련 한일 좌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범수 동국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희태 기자

-일본 자살률이 크게 꺾인 것에 정부의 자살 예방 대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나. 


△다케시마 센터장= (2000년대 이후) 일본의 자살 예방 대책이 효과가 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역사적인 추세를 꺾었다고 평가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도 120년 동안 성별 자살률이 남성은 10만명 중 20명, 여성은 10만명 중 10~15명 이상인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2004년 제1차 자살예방기본계획,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을 제정하는 등 20년간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자살률 흐름이 일본과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범수 교수= 다케시마 센터장의 말씀처럼 일본은 다양한 트라우마와 성폭행과 같은 사회적 문제 등을 아우르는 다면적인 대책을 세웠다. 한국은 그간 의료적인 대책, 특히 우울증 요인에 집중해 왔다. 사실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 예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계도 (자살 예방을 위해) 나름대로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황인데, 여기서 다면적으로 확대를 하기 위해서는 행정체계(전달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전달체계가 변하지 않으면 예산도 집행될 수 없다. 행정체계는 일종의 튜브 역할인데, 혈관이 없으면 혈액이 들어갈 수 없는 것. 이러한 혈관, 즉 행정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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