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연설가' 오바마 "횃불은 해리스에 넘겨졌다, 싸움은 우리 몫"
탁월한 연설가로 잘 알려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원사격에 나섰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마지막 찬조 연사로 나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횃불’은 이제 (카멀라 해리스에게) 전달됐다”며 “이제 우리가 믿는 미국을 위해 싸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부인 미셸 오바마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늘 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이번 선거를 결정할 간단한 질문을 하고 있다”며 “누가 나를 위해 싸울 것인가, 누가 나의 미래와 내 아이들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함께 할 것인가”라고 했다. 미국의 미래를 이끌 지도자로 해리스가 적임자임을 강조한 말이다.
해리스의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는 “트럼프는 권력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긴다. 그는 자신과 부유한 친구들에게 주로 도움이 될 대규모 감세의 대가를 중산층에게 떠민다”고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는 이 나라가 우리와 그들, 자신을 지지하는 진짜 미국인과 그렇지 않은 외부인 간에 절망적으로 분열돼 있다고 생각하길 원한다”며 “우리는 더는 허둥대고 혼란스러운 4년이 필요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리스에 대해서는 “그녀는 챔피언의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신해 싸워 왔고, 검사로서 성적 학대 피해자인 아이들을 위해 나섰으며,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 일하면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확보한 영리 대학을 적발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는 “새로운 시대에는 매일 병자를 돌보고 거리를 청소하고 소포를 배달하는 필수 인력, 이 나라 전역에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실제로 걱정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이들의 더 나은 노동조건을 위한 교섭권을 수호할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그녀는 할 수 있다”(Yes, she can)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목에서 행사장을 가득 메운 약 2만 명의 당 대의원ㆍ당원들은 “Yes, she can”을 큰 목소리로 수차례 외쳤다. 오바마가 2008년 대선 때 ‘희망’과 ‘변화’를 얘기하면서 청중들과 한목소리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고 외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오바마는 이어 “우리가 세상의 모든 불의를 근절할 수는 없지만 분쟁을 막고 인권을 증진하고 기후 변화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자유ㆍ평화를 수호하는 선한 힘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며 “이것이 카멀라 해리스와 대부분의 미국이 믿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2만 청중들은 이번에도 “Yes, she can”을 크게 외쳤다.
오바마는 “앞으로 (11월 5일 대선 투표일까지) 남은 77일 동안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고 친구와 대화하고 이웃의 말에 귀 기울이고 우리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면 카멀라 해리스를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투표를 통해 모두가 믿는 희망차고 미래지향적인 미국을 위해 싸울 싸람을 뽑을 것”이라며 약 37분간 이어진 연설을 마쳤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연방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카고가 정치적 기반이다. 시카고는 한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재’로 하마평에 올랐던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찬조 연설을 계기로 오바마와 해리스의 각별한 정치 인연도 화제가 되고 있다. 2004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으로 있던 해리스가 그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도우면서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시작됐다. 이후 둘은 주요 정치적 고비 때마다 서로를 지지하며 ‘20년 정치적 동지’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소식을 들은 해리스는 그날 가까운 사람들 100여 명과 통화했는데 남편 더그 엠호프를 비롯한 가족이 1ㆍ2순위였고 그 뒤를 이어 오바마가 세번째 또는 네번째 통화 대상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오바마는 최근까지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선정을 포함한 정치적 메시지와 인선 과정에 핵심 조언을 해 왔다고 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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