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300만원으로 K팝 출사표, 재재가 또 일냈다

이진민 2024. 8. 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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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문명특급> 프로젝트 그룹 '재쓰비', 데뷔 전부터 화제

[이진민 기자]

허를 찌를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 채널 <MMTG 문명특급(이하 '문명특급')>이 선보인 혼성그룹 '재쓰비'가 그렇다. 제작비에 '몇억' 썼다는 타이틀은 자본밖에 없는 제작자의 손짓이 아니던가. 이들은 겨우 300만 원 들고 K팝 정글에 나섰다. 이미 회식비와 점심값으로 41만 원을 날렸다. 그런데 이들의 데뷔 신호탄이 대중에게 제대로 먹혔다.

일반인과 연예인 사이 '재재', 유튜버 '승헌쓰', 댄서 '가비'의 초성을 딴 혼성그룹 '재쓰비'는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이 선보인 프로젝트성 그룹이다. 아직 연습 영상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들의 화보 사진은 X에서 1.5만 리트윗 수를 기록하였다. 노래도, 안무도 없지만, 이미 대중은 그들의 그룹 정체성을 정의 내렸다. '다양성', 이 단어만이 위대한 재쓰비의 여정을 담아낸다.
 화면갈무리
ⓒ mmtg_official
별종만이 별이 되는 법

종잡을 수 없는 개성에 세 멤버를 하나로 엮기 어렵지만, 그들의 시작은 같았다. 모두 '마이너리티(소수자)' 계단을 밟고 '셀레브리티'에 올랐다는 것이다. '재재'는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메인 MC 겸 제작자로 이름을 알렸다. 평범한 일반인이지만, 연예인이 지칠 만큼 넘치는 끼에 연예인과 일반인을 합친 '연반인'이란 호칭까지 얻게 됐다.

<문명특급>은 초창기에 후드티가 교복인 학교를 소개하고 뭘 해도 재미없는 '대2병(대학교 2학년부터 걸린다는 어른 판 중2병)' 환자를 치료하는 등 허허벌판 같은 세트장에서 허허실실한 웃음을 찾았다. 그러다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콘서트로 추억에 자리 잡은 아이돌 그룹을 무대로 소환하고, 철저한 사전 조사와 연예인에게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말하는 편안한 인터뷰로 성공 궤도에 올랐다. 이 여정의 중심은 단언컨대 MC와 제작자의 역할을 함께 수행한 '재재'에 있다.
 연습 중인 '재쓰비'의 모습
ⓒ mmtg_official
그런 그가 프로젝트 그룹을 위해 선택한 이들도 범상치 않다. 먼저 '가비'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해 독특한 가발 스타일링과 딱 한 번 LA에 갔을 뿐인데 10년산 교포 같은 말투를 구사해 화제가 됐다. 그는 소속 그룹 '라치카'에서 강인한 여성상을 표현한 '런더월드', 젠더에 서린 차별마저 사랑하는 '본디스웨이' 등 다양한 콘셉트와 정체성을 섞은 무대를 선보였다. 그의 안무를 두고 "모든 성의 존재를 응원했다", "모든 여성을 위한 무대였다" 등 뭉클했다는 감상평이 많다.

재재가 제작 총괄을, 가비가 퍼포먼스를 담당한다면 '승헌쓰'는 끼의 현존이다. 고등학교 시절 2NE1의 '파이어'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춘 영상이 유튜브에 퍼지며 SBS <스타킹>에 'SNS 스타 깝고딩'으로 출연했다. 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오가며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다가 유행어를 뽑아내고 갑작스러운 성대모사로 '밈' 영상을 만들어낸다.

사물을 말할 때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그의 언어습관은 SNS상에서 널리 퍼졌고 남성 유튜버임에도 높은 옥타브의 '아리아나 그란데' 노래를 소화한 덕에 팝가수 '장산범'이란 별명도 생겼다. 트레이너 진도 만만치 않다. 청하에게 개인 지도를 받고, 소녀시대 태연에게 보컬 평가를 받는 신인 아이돌의 클래스, '재쓰비'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문명특급'은 반등에 성공할까

2018년 SBS 디지털뉴스랩 오리지널 시리즈로 시작한 '문명특급'은 '신문명을 전파하라'는 모토 아래 대학교 성교육을 홍보하고 학교폭력의 실태를 알리는 등 유익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24년 1월부터 채널명에 'MMTG'를 더하며 제작진 보강과 함께 케이팝, 해외 영화, 드라마 등 폭넓은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했다.
 조회수 감소를 콘텐츠로 풀어낸 <문명특급>
ⓒ mmtg_official
하지만 토크쇼 포맷의 유튜브 채널 증가, 케이팝에 치중된 콘텐츠, 갑작스러운 채널 공백기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조회수와 구독자 수 모두 감소했다. 이에 <문명특급>은 지난 5월 '구독자 감소의 원인을 낱낱이 파헤치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 시청자 의견을 묻는 '대국민 투표'를 함께 진행하며 채널과 콘텐츠의 한계를 직시했다.

이후 <문명특급>은 스포츠, 뮤지컬, 드라마, 해외 연예인 인터뷰 등 채널의 장르를 확장하며 다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 황정민이 출연한 회차에서는 그의 영화 대사가 노래 <밤양갱>으로 리믹스 된 것이 SNS상에서 화제라는 걸 알렸다. 그래서 실제 리믹스 원작자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간만에 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키즈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섬세한 질문 선정으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터졌다.

이런 <문명특급>이 야심 차게 쏘아 올린 화살은 '재쓰비'다. 재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채널 자체가 원맨쇼에 가깝다. 새로운 캐릭터 롤플레잉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3인조 그룹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제작비 마련을 위해 오는 30일 충북괴산고추축제, 31일 영동추풍령가요제 등 지역 행사에 참여할 계획인 재쓰비는 10월 이후에 신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도 <문명특급>의 시작이 생생하다. 짧은 머리와 날카로운 옥타브의 목소리. 자신을 '직장인'이라 부르지만, 결코 평범한 인물이 될 수 없는 재재의 에너지 레벨. 여성 제작자와 참여진들이 전면에 나와 유튜브 판도를 바꿨던 게 <문명특급>이고 그들이 출사표를 던진 1화 주제는 '비혼식'이었다. 이제 토크쇼 유튜브 채널은 눈에 채일 만큼 많지만, 우리에게 '재쓰비' 같은 다양성 그룹을 보여주는 건 '문특'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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