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300만원으로 K팝 출사표, 재재가 또 일냈다
[이진민 기자]
허를 찌를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 채널 <MMTG 문명특급(이하 '문명특급')>이 선보인 혼성그룹 '재쓰비'가 그렇다. 제작비에 '몇억' 썼다는 타이틀은 자본밖에 없는 제작자의 손짓이 아니던가. 이들은 겨우 300만 원 들고 K팝 정글에 나섰다. 이미 회식비와 점심값으로 41만 원을 날렸다. 그런데 이들의 데뷔 신호탄이 대중에게 제대로 먹혔다.
▲ 화면갈무리 |
ⓒ mmtg_official |
종잡을 수 없는 개성에 세 멤버를 하나로 엮기 어렵지만, 그들의 시작은 같았다. 모두 '마이너리티(소수자)' 계단을 밟고 '셀레브리티'에 올랐다는 것이다. '재재'는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메인 MC 겸 제작자로 이름을 알렸다. 평범한 일반인이지만, 연예인이 지칠 만큼 넘치는 끼에 연예인과 일반인을 합친 '연반인'이란 호칭까지 얻게 됐다.
▲ 연습 중인 '재쓰비'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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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재가 제작 총괄을, 가비가 퍼포먼스를 담당한다면 '승헌쓰'는 끼의 현존이다. 고등학교 시절 2NE1의 '파이어'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춘 영상이 유튜브에 퍼지며 SBS <스타킹>에 'SNS 스타 깝고딩'으로 출연했다. 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오가며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다가 유행어를 뽑아내고 갑작스러운 성대모사로 '밈' 영상을 만들어낸다.
사물을 말할 때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그의 언어습관은 SNS상에서 널리 퍼졌고 남성 유튜버임에도 높은 옥타브의 '아리아나 그란데' 노래를 소화한 덕에 팝가수 '장산범'이란 별명도 생겼다. 트레이너 진도 만만치 않다. 청하에게 개인 지도를 받고, 소녀시대 태연에게 보컬 평가를 받는 신인 아이돌의 클래스, '재쓰비'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문명특급'은 반등에 성공할까
▲ 조회수 감소를 콘텐츠로 풀어낸 <문명특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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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문명특급>은 스포츠, 뮤지컬, 드라마, 해외 연예인 인터뷰 등 채널의 장르를 확장하며 다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 황정민이 출연한 회차에서는 그의 영화 대사가 노래 <밤양갱>으로 리믹스 된 것이 SNS상에서 화제라는 걸 알렸다. 그래서 실제 리믹스 원작자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간만에 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키즈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섬세한 질문 선정으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터졌다.
이런 <문명특급>이 야심 차게 쏘아 올린 화살은 '재쓰비'다. 재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채널 자체가 원맨쇼에 가깝다. 새로운 캐릭터 롤플레잉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3인조 그룹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제작비 마련을 위해 오는 30일 충북괴산고추축제, 31일 영동추풍령가요제 등 지역 행사에 참여할 계획인 재쓰비는 10월 이후에 신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도 <문명특급>의 시작이 생생하다. 짧은 머리와 날카로운 옥타브의 목소리. 자신을 '직장인'이라 부르지만, 결코 평범한 인물이 될 수 없는 재재의 에너지 레벨. 여성 제작자와 참여진들이 전면에 나와 유튜브 판도를 바꿨던 게 <문명특급>이고 그들이 출사표를 던진 1화 주제는 '비혼식'이었다. 이제 토크쇼 유튜브 채널은 눈에 채일 만큼 많지만, 우리에게 '재쓰비' 같은 다양성 그룹을 보여주는 건 '문특'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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