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담(手談)]한국 여자바둑, 라이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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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개월 만의 정상 교체.
한국 여자바둑 랭킹 1위가 바뀌었다.
한국 여자바둑 랭킹 1위의 자리 바뀜은 예상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김은지는 한국 여자바둑 랭킹 1위 타이틀을 얻게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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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개월 만의 정상 교체. 한국 여자바둑 랭킹 1위가 바뀌었다. 10년도 넘는 세월, 한국 여자바둑 최강자는 최정 9단이었다. 그의 벽을 김은지 9단이 넘어섰다. 한국기원의 8월 랭킹 발표는 바둑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상에 새롭게 올라선 이도, 그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켰던 이도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최정이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최근 슬럼프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충격의 6연패를 당한 게 컸다. 바둑도 다른 운동처럼 멘털 관리가 중요하다. 최정은 바둑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계절을 경험했다. 반면 한국 여자바둑의 미래로 평가받던 김은지는 기대처럼 승승장구하며 입지를 다졌다.
한국 여자바둑 랭킹 1위의 자리 바뀜은 예상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바둑도 전성기가 있다. 천하의 조훈현 9단도, 이창호 9단도 결국은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나이를 먹어 가면 경험은 쌓이지만 ‘머리싸움’은 어린 사람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27세 최정과 17세 김은지의 경쟁 구도에서 나이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그렇다면 최정과 김은지의 관계를 지는 해와 뜨는 해에 비유할 수 있을까. 2024년 8월 현재만 놓고 본다면 틀린 분석도 아니지만, 아직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바둑 역사상 남녀가 경쟁하는 메이저 세계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지구상 단 한 명의 여성. 최정이 일궈낸 빛나는 성과는 누구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김은지는 한국 여자바둑 랭킹 1위 타이틀을 얻게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바둑 대국에서 승리의 횟수를 추가하고, 보유 트로피를 늘린다고 아우라가 형성되는 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바둑의 꿈을 키우는 이들이 경외감의 시선으로 바라볼 정도라야 한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최정은 지난 10년의 세월, 외롭게 그 자리를 지켰지만, 김은지에게는 최정이라는 좋은 라이벌이 곁에 있다. 두 사람의 경쟁 구도가 가열할수록 한국 여자 바둑의 기반도 단단해진다.
바둑도, 인생도 100m 달리기와 유사하다. 아무도 없는 트랙에서 홀로 100m 달리기를 한다면 승자가 되는 것은 손쉽겠지만, 타인의 환호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수많은 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정당당하게 상대와 경쟁해 승리한다면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타인의 진정한 찬사(讚辭)는 결과물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에서의 감동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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