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Z세대 ‘텍스트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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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is so sexy(독서는 정말 섹시하다)." 미국의 패션모델이자 배우인 카이아 버거는 지난 2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 딸로도 유명한 그는 2001년생으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한국의 Z세대도 감성 충만한 아날로그 매력에 이미 빠져들었다.
텍스트힙 열풍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Z세대 특성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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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패션모델이자 배우인 카이아 버거는 지난 2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 딸로도 유명한 그는 2001년생으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Z세대는 어릴 때부터 각종 콘텐츠에 익숙한 대표적인 디지털 친화 세대다. 그런 이들이 인쇄 책에 매료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의 실물 책 판매량은 역대 최고 수준인 6억6900만권에 달했다. 이를 주도한 게 바로 Z세대다. 이런 기류 변화는 영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한국의 Z세대도 감성 충만한 아날로그 매력에 이미 빠져들었다. 이른바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이 심상치 않다. 종이책을 읽는 모습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한 문화로 인식될 정도다. 지난 6월 국내 최대 규모 책 축제인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5만명이 다녀갔다. 그곳을 찾은 상당수는 20·30세대였다.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사회 흐름과 역행하는 장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14.8권이다. 10년 전인 2013년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17.9권에 달했다.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낮아지는 추세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비관론의 전염이 확산할 무렵,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구세주가 등장했다. 디지털에 가장 친숙한 세대의 아날로그 문화 열풍을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텍스트힙 열풍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Z세대 특성을 반영한다.
책을 읽는 모습을 노출하면 지적인 이미지도 더해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기가 읽은 책 표지 사진을 올리거나 감상평을 전하는 이도 늘었다. 유명 가수와 배우 등이 종이책을 읽는 모습을 노출하고, 팬들이 이를 따라 하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이런 이유로 Z세대 독서 열풍을 하나의 유행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기성세대 인식 틀로 다른 세대의 특성을 폄훼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텍스트힙 열풍의 숨겨진 배경이 무엇이건, 그러한 행동은 사회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독서는 세대와 시대의 경계를 넘어서는 연결고리다. 인간 고유의 감수성을 확장하는 그 세계에 청춘들이 빠져들고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1945년생 시인 나태주의 8년 전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올해 교보문고 시 부문 베스트셀러를 질주하고 있다. 80세를 바라보는 백발 시인의 옛 시집을 Z세대가 읽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지인에게 시집을 선물하는 묘미를 Z세대도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물로 건네진 시집이 상대 심장을 경쾌하게 요동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아 버렸다. 책장(冊張)을 넘길 때마다 마주하는 시구(詩句)의 향연이 경직된 우리의 삶을 부드럽게 무장해제한다는 행복한 비밀을….
텍스트힙 열풍이 다른 세대로 확장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Z세대 마중물이 사라져 가던 동네 책방에 온기를 불어넣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장면 아닌가.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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